중국에서 수출이 금지된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의 암시장 가격이 최근 몇 달 사이 두 배 이상 뛰면서, 미중 기술 통제와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정책이 오히려 현장에서는 심한 공급 부족을 키우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2026년 6월 24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 서버인 디지엑스 비300은 중국 암시장에서 최근 6개월 사이 400만위안에서 800만위안 이상으로 올랐다. 이 장비는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 8개가 들어간 제품으로, 미국 시장 가격이 통상 40만달러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 내 웃돈이 매우 크게 붙은 셈이다. 스타트업이 거대언어모델 구축에 많이 쓰는 알티엑스 6000 프로 워크스테이션 칩도 올해 초 5만위안에서 현재 13만위안으로 올라 약 2.6배 뛰었다.
가격 급등의 가장 큰 배경은 공급 축소다. 미국이 중국으로 들어가는 인공지능 칩의 밀수 경로를 강하게 단속하면서 물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3월 미국 수사당국이 엔비디아 첨단 칩이 들어간 고성능 인공지능 서버 약 25억달러어치를 중국에 밀반출한 혐의로 서버 업체 슈퍼마이크로의 공동 창업자와 직원 등을 기소한 뒤 우회 유통망이 크게 위축됐다고 현지 거래상들은 전했다. 여기에 대만과 말레이시아도 중국행 우회 수출 통로로 의심되는 자국 유통망에 대한 조사와 단속을 강화하면서 암시장 품귀 현상은 더 심해졌다.
수요가 꺾이지 않는 점도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 등 자국 반도체 기업의 인공지능 칩 확산을 지원하고 엔비디아 칩 반입도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엔비디아 대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개발 도구, 실제 운용 효율에서 엔비디아가 여전히 우위에 있어 기업들이 비용을 더 내더라도 해당 제품을 구하려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과 거래상은 인공지능 연산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게임용 그래픽카드나 구형 에이100까지 사들이고 있다. 에이100 기반 서버 가격도 지난해 말 20만위안에서 현재 60만위안으로 세 배 올랐다.
중국 내부 규제도 수급 불안을 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올해 중국 수출이 허가된 엔비디아의 고성능 에이치200 칩조차 중국 당국의 강경한 수입 규제로 제대로 풀리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이치200 수출을 공식 재가했더라도, 중국 세관이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를 이유로 수입 허가를 막으면 실제 시장 공급은 늘어나기 어렵다. 결국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와 중국의 산업 보호 정책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중국 기업들은 필요한 인공지능 연산 자원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여파는 반도체 거래를 넘어 인공지능 서비스 비용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를 빌려 연산 능력을 확보하는 임대 비용까지 상승하고 있으며, 2년 전만 해도 미국보다 저렴했던 관련 비용이 이제는 비슷하거나 더 비싼 경우도 나온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미중 간 첨단기술 통제가 이어지고 중국산 대체 칩의 성능과 소프트웨어 기반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할 경우, 중국 내 인공지능 산업의 비용 부담과 사업 속도에 계속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