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처가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유출에 대응할 전담 수사조직을 6월 30일 출범시키면서, 국가 핵심기술 보호 체계를 수사와 예방 중심으로 한층 강화하게 됐다.
지식재산처는 29일 발표한 ‘기술 유출·탈취 대응체계 확대 개편 방안’에 따라 지식재산보호협력국 안에 지식재산보호분석과, 기술유출특별사법경찰과, 지식재산보호기준팀 등 3개 과를 새로 만들고 28명을 증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술 범죄 대응 조직은 기존 1개 과에서 4개 과로 확대되며, 정원 재배치와 추가 특별사법경찰 지명을 통해 기술경찰 인력도 27명에서 61명으로 늘어난다. 그만큼 기술 유출 사건을 일반 지식재산 분쟁과 분리해 더 빠르고 집중적으로 다루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영업비밀 수사를 별도 전담 조직으로 떼어냈다는 점이다. 그동안에는 영업비밀, 특허, 디자인 사건을 같은 수사과에서 함께 처리했지만, 앞으로는 입증이 까다롭고 국가 핵심·첨단 전략기술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 영업비밀 사건을 기술유출특별사법경찰과가 전담한다. 반도체, 인공지능처럼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는 기술이 한 번 밖으로 빠져나가면 회복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정부는 이른바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체계를 만드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전기·화학·기계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특허 심사·심판 경력자와 박사, 변호사, 변리사 등을 수사관으로 적극 배치할 계획이다.
수사만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전 탐지 기능도 넓힌다. 지식재산보호분석과는 국가 핵심·첨단 전략기술을 중심으로 특허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술 유출 위험이 높은 영역과 기관을 선제적으로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 보호와 경제안보 차원의 대응 시책을 마련하게 된다. 이는 기술 유출이 실제 사건으로 드러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특허 정보와 산업 흐름을 분석해 위험 신호를 먼저 포착하겠다는 접근이다. 기술 경쟁이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술 보호 정책이 산업정책과 안보정책의 성격을 함께 띠게 됐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지식재산처는 수사 권한 확대에 따른 인권 보호 장치도 함께 보완하기로 했다. 지식재산보호기준팀은 수사 지침과 강제수사 기준을 세분화해 수사 전 과정의 적법성, 공정성, 책임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또 기본권 침해 우려가 큰 강제수사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수사심의위원회를 신설하고, 변호인 조력권의 실질적 보장, 의무 영상녹화 확대, 사건 진행 상황 통지제 도입도 추진한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은 기술 범죄 적발의 골든타임을 확보해 우리 기업의 기술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첨단산업을 둘러싼 국제 경쟁이 더 치열해질수록 기술 유출 대응이 단순한 사법 행정이 아니라 경제안보 정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