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angtze Memory Technologies·YMTC)가 낸드 칩을 제3자 모듈 업체에 넘긴 뒤 기업용 SSD로 재조립해 북미 신흥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공급한 정황이 제기됐다. 미국 수출통제와 지정학 리스크 속에서도 AI 인프라용 저장장치 수요가 중국 메모리 업체의 해외 판로를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쯔메모리는 낸드 칩을 독립 모듈 업체에 판매하고, 해당 업체는 이를 기업용 SSD로 조립해 미국 신흥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출하했다고 디지타임스는 보도했다. 보도는 이 거래 구조가 완제품의 중국산 표기를 흐리게 하는 방식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022년 12월 양쯔메모리를 엔티티 리스트에 올렸다. 엔티티 리스트는 미국 수출관리규정(EAR) 적용 품목을 특정 기업에 수출하거나 이전할 때 엄격한 허가 요건을 부과하는 제도다.
다만 이번 사안의 핵심은 완성품 경로다. 양쯔메모리가 미국 고객에게 직접 낸드 제품을 파는 대신, 모듈 업체가 칩을 사들여 컨트롤러와 펌웨어를 결합한 SSD로 만든 뒤 출하하면 거래 구조가 달라진다.
공급망 관계자는 현행 규정 아래 미국 민간 기업이 중국 메모리 업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가능하다고 디지타임스에 말했다. 미국 규정이 중국 기업의 미국 기술 활용을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민간 구매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SSD는 낸드를 활용해 데이터를 저장하고 읽는 장치로, 데이터센터와 AI 서버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핵심 부품으로 쓰인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hangXin Memory Technologies·CXMT)도 북미 시장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창신메모리는 DDR5와 LPDDR5 공급이 빠듯해진 상황에서 미국과 캐나다의 중소형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와 제품 인증을 시작했다고 디지타임스는 전했다.
제품 인증은 대량 구매에 앞서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메모리 공급이 빠듯해질수록 일부 고객은 기존 대형 공급사 외의 조달 후보를 검토할 유인이 커진다.
중국 업체의 움직임은 글로벌 메모리 수급 변화와 맞물려 있다. 본지도 앞서 양쯔메모리가 2026년 2분기 전 세계 낸드 비트 출하량의 14%를 차지해 3위권에 진입한 흐름을 전했다.
당시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에서 기업용 SSD는 전체 낸드 비트 출하량의 48%를 차지했다. AI 서버와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기업용 SSD 수요가 낸드 시장의 주요 축으로 커진 셈이다.
양쯔메모리는 우한 3기 공장 가동 시점도 앞당기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이 공장이 당초 2027년 2분기 양산 예정이었으나 2026년 4분기 투입으로 앞당겨졌고, 총 월 생산능력은 10만 장, 초기 가동 규모는 5만 장이라고 보도했다.
이 공장 생산능력의 20%는 LPDDR 시험 생산에 배정될 계획이다. 계획이 실행되면 양쯔메모리는 낸드 중심 업체에서 DRAM 영역으로 발을 넓히게 된다.
DRAM은 연산 중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는 휘발성 메모리다. AI 서버와 일반 서버, PC, 스마트폰에 두루 쓰이며, 낸드와 함께 메모리 산업의 양대 축으로 꼽힌다.
애플($AAPL)을 둘러싼 해석은 제한적이다. 디지타임스는 애플이 중국 메모리 업체를 공급망에 넣으려 했다는 시장 관측이 있었지만,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애플 공급망 진입이 물량 확대보다 품질 인정의 성격이 크다고 전했다.
한국 독자에게 이번 사안은 중국 내수 기업 뉴스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해 온 메모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제재 환경 속에서도 북미 AI 클라우드 수요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양쯔메모리의 우한 3기 공장은 2026년 4분기 투입을 목표로 하고, 2027년부터 생산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도됐다. 창신메모리는 북미 중소형 클라우드 업체와 제품 인증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