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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디지털 화폐 기술 전쟁과 국가 안보

2021.03.16 (화)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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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Lawton / Unsplash

정보기관과 일을 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불편함은 무엇일까? 일단 사무실의 위치가 지도에 나와 있지 않고, (구글 어스에서도 찾아보면 살짝 지워져 있다) 근처에 가서 길을 물어봐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 NSA(National Security Agency)에 갈 일이 있다면 길을 찾는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NSA 본부 바로 옆에 있는 암호 박물관(National Cryptologic Museum)을 찾아가면 된다. 이 박물관은 관광객은 많이 없고 주로 길 찾기용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암호 기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찾아가 볼 만한 훌륭한 박물관이다.

미국 NSA 본부 바로 옆에 위치한 국가 암호 박물관 현판

암호 기술은 “시저 사이퍼”라고 불리는 로마의 줄리어스 시저가 사용한 암호 기술 이후 전쟁의 향방을 가름하는 중요 군사기술로 분류되어 연구되어 왔다. 암호 기술은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글자를 다른 글자로 치환(Substitution)하거나 글자의 위치를 변경(Transposition)하는 두 가지 기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저 사이퍼는 대표적인 치환 암호로서, 알파벳의 각 글자를 3자리 이후의 글자로 변환해서 보낸다. 전쟁 시, 메시지 전달자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메시지 전달자의 머리를 대머리로 밀어버리고, 암호문으로 바꾼 메시지를 메시지 전달자의 머리에 문신으로 새긴 뒤, 머리가 다 자란 이후에 메시지 전달자를 파견하였다.

시저 사이퍼, 알파벳을 일정한 거리만큼 밀어
글자를 치환하는 방식으로 암호화한다.

시저 사이퍼의 경우, 알파벳의 개수 정도만 시도해 봐도 간단하게 암호 해독이 가능했기 때문에 보안에 취약한 암호 기술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여 사람이 수작업으로는 해독이 거의 불가능한 에니그마(Enigma)라는 암호문 작성기를 만들어낸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군이었다. 다중의 로터를 사용하여 기계적으로 암호문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당시의 기술로서는 해독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이 사용했던 에니그마의 로터 장치

이러한 독일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수학자이자 암호학자였던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은 에니그마를 해독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기인 봄브(Bombe)의 개발에 성공하여 봄브를 통한 에니그마 해독이 가능해졌고, 에니그마 암호 해독을 통해 독일군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던 영국을 포함한 연합군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키면서 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를 통해 암호 기술의 중요성이 점점 대두되기 시작하였으며, 이와 더불어 국가 안보의 핵심 군사기술이었던 암호 기술이 필립 짐머만(Philip Zimmerman)이 개발한 PGP(Pretty Good Privacy)라는 암호 이메일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널리 보급 되게 되었다.

당시에는 암호 알고리즘 소스 코드를 미국 이외의 국가로 유출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었지만, 출판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짐머만은 PGP에 포함되어 있는 암호 알고리즘의 소스 코드를 책 속에 프린트하여 공개하였다. 이로서 전 세계 일반 대중들이 핵심 암호 알고리즘 코드를 손에 넣는 것이 가능해졌다.

소버린월렛이 개발한 P2P(Peer-to-Peer) 보안 채팅 알고리즘도 짐머만의 ZRTP(Zimmerman Real-time Transport Protocol)를 바탕으로 개발되었으며,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코드 개발에 사용했던 웨이데이(Wei Dai)의 암호 라이브러리도 그 원형은 짐머만의 PGP 암호 라이브러리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PGP 암호 이메일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공개 출판된 암호 알고리즘 소스코드

암호 기술을 이용하여 최초로 디지털화폐를 개발한 인물은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이다. 차움은 1982년 논문에서 익명 전자서명(Blind Signature) 기술을 발표한 이래 1990년 디지캐시(DigiCash)사를 설립하고 1994년 전자화폐 이캐시(eCash)를 상용화했다.

“익명” 전자서명이 의미하는 것처럼 사이퍼 펑크의 대부라 불리는 차움은, 현금과 유사한 효용성을 갖도록 화폐 사용자의 익명성, 거래내역의 기밀성, 그리고 오프라인 결제 기능까지 도입하여 사실상 거의 완벽한 디지털 현금 시스템을 구현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과도한 익명성의 추구는 자금 세탁 방지 규정이 있는 전통적인 금융권의 정책과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었고, 기존 금융권의 외면 끝에 회사는 파산절차를 걷게 되었다.

디지캐시사와 유일하게 제휴를 했던 미주리주 지방 은행 마크 트웨인 뱅크

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미국은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을 국가 안보에 대한 도전으로 여긴다.

암호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화폐의 출현을 목격한 미국 국방부는 국방 고등 연구 프로젝트 기관인 DARPA(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의 연구개발자금을 남가주대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정보과학연구소, ISI(Information Science Institute)의 연구교수였던 클리포드 뉴먼 (Clifford Neuman) 교수에게 지원하여 당시 초기 개발 단계였던 인터넷에서 사용 가능한 디지털 화폐를 개발하게 된다. 이에 따라 1993년 뉴먼 교수는 인터넷을 위한 화폐라는 의미를 갖는 넷캐시(NetCash)와 넷체크(NetCheque) 프로토콜을 발표하게 된다.

암호 기술은 군사기술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외국 국적의 유학생들은 원칙적으로 관련 과제에 참여하는 것이 금지된다. 하지만 컴퓨터 이론, 알고리즘, 분산 운영체제, 컴퓨터 아키텍처, 인공지능,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소수의 외국계 학생들은 비밀 금지 서약을 하고 예외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Los Angeles) 보트 선착장(Marina Del Rey)
바로 옆에 위치한 USC의 ISI 연구소

디지캐시의 이캐시와 USC의 넷캐시 모두 암호기술을 사용한 디지털 화폐였지만 둘 모두 중앙화된 정산소(Clearing House)가 필요했기 때문에 중앙 시스템이 공격받아 다운되거나 해킹되게 되면 전체 화폐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여 탈중앙화 방식의 분산 시스템을 최초로 구현한 것이 비트코인이다. 이때 비트코인이 사용한 장부 기록 방식인 블록체인은 이후 절대로 시스템이 다운되지 않는 분산 시스템 구현 기술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시스템의 오류나 서비스 정지보다도 더 걱정했던 것은 과도한 화폐 발행을 통한 하이퍼인플레이션 문제였다. 이를 막기 위해서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을 2100만 개로 제한했을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의 발행 자체도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작업을 통해서 1개의 블록 시간 동안 오직 1개의 노드만이 궁극적으로 비트코인 발행권을 갖도록 제한하였다. 결과적으로 총 발행량과 함께 발행 속도 또한 제한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화폐의 하이퍼인플레이션 문제를 가장 중시했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당시 화폐를 과도하게 발행하고 있었던 달러를 포함한 많은 국가 화폐들과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서 경쟁하는 새로운 화폐를 만들려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미국의 달러화를 포함한 각국의 국가화폐는 기존의 금과 더불어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는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화폐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오픈소스 합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에 담긴 사토시의 메시지

금의 가치가 크게 오르기 시작한 것은 1971년 닉슨 쇼크 이후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13년 그리스 경제 위기 여파로 파생된 사이프러스 금융 위기 이후이다. 이처럼 금과 디지털 금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국가 화폐의 위기와 직접적인 연관 관계에 있다.

각 국가화폐의 과도한 발행과 금융 위기 상황에서 가치 저장 수단을 찾는 부유층과 금융 기관들, 그리고 비트코인을 주요 기축 통화로 여기는 일부 국가들로 인하여 비트코인의 가격은 연일 상종가를 갱신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USD 테더(Tether)등의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을 통하여 형성된 메타버스 상의 가상의 면제지역(Tax Free Zone)은 국가의 세금 수입을 증발시켜 기존의 취약한 국가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바로 국가 안보의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

중동 지역 암호화폐 거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터키

금과 연동된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고 달러와 연동된 자국 화폐를 발행했던 브레튼우즈 체제가 1971년 닉슨 쇼크로 붕괴된 이후, 전 세계의 모든 국가화폐는 명목화폐(Fiat Currency)가 되었다.

명목화폐는 법정화폐로써 어떠한 내재 가치도 가지지 않고 국가가 강제적으로 법으로 가치를 정한 화폐를 의미한다. 하지만 국가화폐는 암묵적으로 국가의 미래 세금 수입과 무역 수지, 그리고 국가의 자산 등 특정 국가의 경제적 가치에 연동돼 있다.

국가 화폐가 디지털 화폐로 변모한다면 이러한 담보 자산 설정 부분을 명확히 하고, 담보 자산 대비 화폐 발행량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가치 안정성을 갖는 화폐 발행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국가의 화폐 가치의 안정성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이다. 또한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과도한 세금의 또 다른 형태이기도 하다. 화폐 발행의 완전한 독립성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알고리즘적 합의에 의해서만 의사결정을 내리는 알고리즘 중앙은행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미래의 각 국가들은 각 국가의 경제적 자산과 연동된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중동의 국가들은 향후 생산될 산유량을 담보로 한 페트로 화폐를 발행하고, 이에 연관된 화폐 발행량을 알고리즘 중앙은행이 조절하는 형태의 디지털 국가 화폐 운용 시스템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가치가 안정된 스테이블 국가 화폐를 발행할 가치 안정화 요소를 찾아내고 디지털 국가화폐 인프라를 가장 먼저 완성한 국가가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하고 금융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2018년 세계 단일화폐, 피닉스의 출현을 예고했던 1988년 1월 이코노미스트 표지


기고자 소개

소버린월렛의 윤석구 대표는 KAIST 전자공학 학사, 미국 USC 컴퓨터사이언스 석사를 졸업한 소프트웨어 보안전문가이다. 소버린월렛은 미국 USC대학 출신들이 함께 설립한 회사로, USC대학의 비터비 공과대학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의 신원인증 기반 블록체인인 무이 메타블록체인(MUI MetaBlockchain)을 개발했다. 무이 메타블록체인은 클라우드형 블록체인 서비스로(BaaS - Blockchain As A Service)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발행 및 디지털 증권 거래소 플랫폼 구현 등에 특화돼 있다. 현재 전 세계 7개국 국가 중앙정부 및 은행들과 CBDC 및 디지털 증권 거래소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토큰포스트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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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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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우
  • 2021.04.22 11:31:57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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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DA
  • 2021.03.21 19:05:18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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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ppyk
  • 2021.03.17 17:25:45
마지막 사진을보니 1988년에 이미 20년후 미래화폐를 예측했다는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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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CWT
  • 2021.03.17 12:36:29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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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결
  • 2021.03.17 12:29:19
삽화와 이미지까지 풍부한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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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천크스
  • 2021.03.17 12:1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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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이
  • 2021.03.17 09:55:09
정보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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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pxy
  • 2021.03.17 09:21:08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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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Sdc
  • 2021.03.17 09:17:0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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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Sdc
  • 2021.03.17 09:16:1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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