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스타트업 E2B가 최근 인사이트 파트너스(Insight Partners)가 주도한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2,100만 달러(약 302억 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독자적인 클라우드 환경을 통해 인공지능 에이전트(AI agent) 활용 증가에 따른 기업 수요를 정조준하고 있다. 현재 포춘 100대 기업 중 88%가 이미 E2B의 플랫폼을 도입했으며, 이는 기업들이 AI 자동화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했음을 방증한다.
E2B는 AI가 생성한 코드가 기업 시스템에 미치는 보안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격리형 실행 환경을 제공한다. 기존의 클라우드 인프라가 인간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된 반면, E2B는 AI 에이전트 전용의 고성능·고안정성·고격리성 인프라를 제공한다. 핵심 기술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개발한 경량 가상머신인 '파이어크래커(Firecracker)'를 활용한 마이크로VM 방식으로, 악성 코드의 실행 가능성을 차단하면서도 실시간 처리 속도를 유지한다.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바세크 믈레인스키(Vasek Mlejnsky)는 “기업들은 현재 AI 에이전트에게 높은 기대를 걸고 있지만, 대부분이 구식 인프라로 이를 감당하려 하고 있다”며 “E2B는 생산 환경에서 요구되는 보안성과 확장성을 모두 갖춘 차세대 AI 클라우드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달 만에 7자리 매출을 달성했으며, 수백만 건의 샌드박스 세션을 처리한 실적도 공개했다.
실제 주요 고객사들의 활용 사례도 다양하다. AI 검색엔진 퍼플렉서티(Perplexity)는 고급 데이터 분석 기능을 E2B와 협업해 단 일주일 만에 구현했다. AI 반도체 기업 그록(Groq)은 코드 보안 실행을 위해, 자동화 플랫폼 린디(Lindy)는 사용자 워크플로우 내 커스텀 스크립트 실행을 위해 E2B를 채택했다. AI 데이터셋 저장소인 허깅페이스(Hugging Face)와 UC버클리의 연구 플랫폼인 LM아레나(LMArena)도 대규모 실험 환경 구축에 본격 활용 중이다.
E2B는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기술 고도화는 물론,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클라우드 공룡과의 경쟁에서 방어막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 고객들은 자체 VPC 내에서 안전하게 E2B를 운영할 수 있으며, 전 플랫폼을 무료로 자체 호스팅할 수도 있어 민감 정보 보호 및 규제 대응에도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전략이 AI 인프라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기업맞춤형 기능도 돋보인다. 기본 100개에서 최대 2만 개의 병렬 샌드박스 환경을 지원하며, 단일 세션 최대 24시간 운용이 가능하다. 여기에 상시 로깅, 네트워크 제어, 시크릿 관리 등 보안 요소를 통합시켜 포춘 100 기업들이 요구하는 컴플라이언스 요건을 충족시킨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인사이트 파트너스의 전무 프라빈 아키라주(Praveen Akkiraju)는 “E2B는 AI 에이전트 운용을 위한 핵심 인프라의 새 시장을 개척하고 있으며, 오픈소스 샌드박스 표준은 엔터프라이즈의 AI 채택을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E2B는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샌프란시스코 본사 엔지니어링 및 세일즈 조직 확대, 기업 대상 기능 개발, 고객 기반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플랫폼을 고도화해 AI 에이전트 운용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 인프라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AI 응용 기술에만 집중되던 기업의 시선이 이제는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 모델의 성능뿐 아니라, 이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E2B같은 기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클라우드 제공이 아니라 AI 에이전트 전용 인프라라는 차별화된 위치는 향후 시장 주도권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E2B는 “인간 중심의 클라우드 2.0 시대에서, AI 에이전트 중심의 클라우드 3.0 시대로 이행하는 전환점”이라며, AI 대체 인력 확대 움직임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 인프라를 만든다는 비전을 보다 분명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