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기술업체 간의 보안 검증 절차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시큐리티팔(SecurityPal)이 AI와 인간 분석가의 협업 모델을 통해 기업 보안 설문 처리 속도를 최대 87배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보안 설문은 대규모 기술 거래의 필수 절차지만, 복잡한 법규와 방대한 서류 작업으로 인해 계약 지연과 막대한 인건비를 유발하는 요소로 꼽혀 왔다.
시큐리티팔은 2020년 푸카르 하말(Pukar Hamal) CEO에 의해 설립됐으며, 고객 기업의 고유한 보안 정책과 인프라 정보를 AI에 입력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동화된 응답서를 생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에 네팔 카트만두에 배치된 240명의 전문 분석가 팀이 AI가 생성한 응답을 검토하고 품질을 보장하는 2단계 검토 체계를 적용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운영 모델 덕분에 고객사는 기존 수작업 대비 평균 87배 빠르게 설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시큐리티팔이 제시하는 ‘시큐리티 어슈어런스(Security Assurance)’는 단순한 규제 준수 도구를 넘어, 매출 조직과 보안팀 간 충돌을 해소하고 기업 전반의 의사결정 가속화에 기여하는 솔루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말 CEO는 “AI만으로는 품질과 맥락을 확보할 수 없기에, 사람과 기술을 조화시킨 ‘센타우로스 모델’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전문성과 신속성을 동시에 확보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큐리티팔은 AI 보조 기능을 강화한 AI 코파일럿 업그레이드, 브랜드화가 가능한 신뢰센터 패키지, 그리고 HTML 기반 미디어 삽입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전문성과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있다. 특히 세일즈포스 실시간 승인 기능과 글로벌 검색 지원은 기업 고객이 보다 효율적으로 워크플로우를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플랫폼의 핵심은 방대한 보안 질문 데이터베이스다. 시큐리티팔은 고객사로부터 수집한 250만 건 이상의 실제 질문과 응답을 토대로 자가 학습 시스템을 운영하며, 이 데이터는 후속 보안 리뷰 시 유사한 항목에 적용된다. 이로 인해 새로운 설문 작성 시 불필요한 반복 작업이 최소화되며, 활용도 높은 현장 수준의 대응이 가능해진다.
회사는 네팔의 STEM 인재 기반을 바탕으로 운영비용을 낮게 유지하면서도, 고품질의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실리콘 피크스’ 전략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매출 및 마케팅, 제품 개발 팀은 미국에 집중되어 글로벌 고객 대응 체계를 갖췄다.
초기에는 창업자가 단독으로 연간 100만 달러(약 14억 4,000만 원)의 반복 매출을 달성했고, 이후 크래프트벤처스(David Sacks의 벤처펀드)로부터 2,100만 달러(약 302억 4,000만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고객사는 오픈AI(OpenAI), 에어테이블(Airtable), 피그마(Figma), 스냅(Snap), 주요 항공사 및 보험사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반타(Vanta), 드라타(Drata), 시큐어프레임(Secureframe) 등 다양한 경쟁업체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증거 수집과 감사 준비에 초점을 맞춘 반면, 시큐리티팔은 실제 보안 설문 작성을 대행하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하말은 “콘텐츠 작성은 여전히 판단력과 맥락 이해가 필요한 일이라, 순수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수행이 어렵다”며 인간 중심의 접근이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회사 측은 향후 5년 내 전 세계 5,000여 개 대기업의 복잡한 보안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모든 비즈니스 거래가 보안 인증을 수반하게 될 미래 시장에서 관계 기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하말은 “우리는 보안을 넘어 비즈니스 거래의 신뢰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며, “세일즈포스가 단순 CRM을 넘어선 것처럼, 시큐리티팔 역시 단순 보안 솔루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AI와 인간의 협업을 중심에 둔 시큐리티팔의 모델은 기술과 신뢰가 결합되어야만 거래가 이루어지는 차세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