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인공지능(AI) 기술 규제와 촉진 방안을 담은 종합 정책 보고서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연방 차원의 AI 정비에 나섰다. 이 'AI 행동 계획(AI Action Plan)'에는 90개 이상의 정책 권고 사항이 포함돼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중 이를 실행에 옮길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미 언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은 보고서 서문에서 "미국은 경쟁국보다 더 빠르고 포괄적으로 AI 기술을 개발하고 확산시켜야 하며, 민간 부문의 혁신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해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정책은 공공 부문에서 AI를 효율적으로 도입·활용하고, 민간 혁신을 장려하는 이중 기조를 띠고 있다.
보고서에서 첫 번째로 강조된 정책 분야는 연방 정부의 AI 소프트웨어 구매 방안이다. 'AI 조달 샌드박스'라는 개념이 제안되었는데, 이는 다양한 AI 모델을 연방기관이 쉽게 접속하고, 필요 시 맞춤형 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알고리즘 카탈로그 형태다. 특히 대형 언어모델(LLM)에 대한 구매 조건으로 '편향 없는 객관적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기준을 명시한 점이 눈에 띈다.
두 번째 정책 축은 AI 인프라 강화다. 백악관은 데이터센터 신설을 위한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추진하고, 환경 심사 과정에도 AI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AI 연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신뢰성 높은 에너지원을 조기에 연결하고, 전력 전달 인프라도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여기에 CHIPS 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정책 요건'을 모두 제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AI 관련 규제를 최소화하려는 의지도 분명하다. 백악관은 AI 혁신을 저해하는 연방 규제를 식별하기 위한 대국민 의견 수렴을 예고했고, 주요 연방기관과 함께 이를 개선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주정부 차원의 AI 규제가 연방 기준과 충돌하는지 분석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의 수석 부사장 매트 이스트먼은 “민간 부문은 규제 완화와 정부의 지원을 반기겠지만, 개인정보 보호, 노동시장 변화, 환경 영향 등 시민 사회의 우려는 경시될 수 있다”며 “특히 연방정부가 주정부 규제권까지 침해할 경우, 법적 공방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AI 연구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자들이 컴퓨팅 인프라나 데이터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산학 협력을 촉진할 ‘AI 우수센터’를 전국적으로 설립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발표는 차세대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 속에서 미국이 시장과 정책 양면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 특히 도입과 동시에 규제 최소화 원칙을 병행하는 전략은 업계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