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글로벌 벤처 시장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투자 열기가 식지 않으며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2분기 전 세계 스타트업 투자액은 총 910억 달러(약 131조 원)에 이르렀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수치다. 비록 1분기보다는 20% 감소했지만, 2022년 상반기 이후 가장 강한 흐름을 나타내며 민간 시장의 회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반등은 지역별로 상이한 흐름을 보였다. 북미는 전체 글로벌 투자액의 70%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선두 위치를 유지했다. AI를 중심으로 한 대형 딜들이 몰리며 상반기에만 총 1,450억 달러(약 208조 원)가 미국과 캐나다 스타트업에 유입됐다. 메타의 스케일AI에 대한 143억 달러 투자와 안두릴 인더스트리,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 애니스피어 등의 대규모 자금 유치가 이를 이끌었다. 특히 IPO 시장에서도 서클, 차임 등 핀테크 기업들의 상장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M&A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 상반기 벤처 기업 인수합병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44조 원)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155%나 급증했다. 구글의 320억 달러 규모 위즈 인수 계획과 오픈AI의 조너선 아이브 공동 설립 AI 디바이스 스타트업 '아이오'에 대한 65억 달러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에서는 투자 총액이 지난 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전체 글로벌 비중은 13%로 작년 상반기의 19%에서 축소됐다. 독일은 10년 만에 영국을 제치고 유럽 최대 벤처 시장으로 부상했으며, 드림게임즈의 12억 5,000만 달러 자금 유치를 비롯해 다방면의 대형 투자 유치가 이어졌다. 유럽 내 M&A 거래액도 72억 달러(약 10조 4,000억 원)로 견조하게 유지됐다.
반면 아시아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상반기 아시아 스타트업의 총 투자액은 262억 달러(약 37조 7,000억 원)로 전년보다 약 33% 감소했다. 특히 중국은 2분기에 고작 51억 달러를 유치하며 여전히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인도와 이스라엘은 각각 견조한 흐름과 2년 내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라틴아메리카는 멕시코의 약진이 돋보였다. 멕시코는 분기 기준으로 처음 브라질을 제치고 지역 내 최대 벤처 투자가 유입된 국가가 됐다. 클라르의 1억 7,000만 달러, 카박의 1억 2,700만 달러 투자 유치 등이 대표적이다. 전체적으로 라틴아메리카는 전년 대비 16% 성장한 20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를 기록했다.
산업별로는 역시 AI가 중심이었다. 상위 투자 거래 중 대다수가 AI 관련 기업에 집중되며 기술 섹터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 사이버보안 분야는 2분기에 49억 달러(약 7조 1,000억 원)로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고, 핀테크도 220억 달러(약 31조 6,000억 원)로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핀테크 시장의 IPO 활황과 B2B 인프라, 기후금융 등 새로운 분야에서 활기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회복세가 몇몇 대형 거래와 특정 분야에 집중된 점은 경고 신호로 볼 수 있다. 2분기에만 5억 달러 이상을 유치한 스타트업 16곳이 전체 벤처 투자액의 3분의 1을 차지해 자금 편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AI 중심의 자금 유입이 중소규모 스타트업에도 확산될 수 있을지에 따라 시장의 지속 가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