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LG AI연구원이 데이터 훈련의 중요성과 실패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AI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지난 9월 4일 연합뉴스와 만나, AI 성능의 핵심은 단순한 연산 능력이 아니라 실제 활용 분야와 밀접한 연관성 있는 데이터를 얼마나 충분히 확보하고 학습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를 수학 문제집에 빗대 “많이 풀수록 실력이 는다는 점에서 AI에게도 관련성 있는 데이터가 문제집”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단순 정답을 찾는 시스템이 아닌, 실제 환경에서 유의미하게 작동하는 AI 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임 연구원장은 AI 개발에서의 실패를 단순한 좌절로만 보지 않는다.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건축과 달리, AI는 설계와 다르게 작동하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재시도하고 고도화하는 과정 전체가 연구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는 “AI 학습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곧 성공으로 가는 여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LG AI연구원은 7월 국내 최초의 초거대 하이브리드 AI 모델 ‘엑사원 4.0’을 발표했고, 이어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할 5개 정예 연구팀 중 하나로 선정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임 연구원장은 “외국산 AI 모델을 활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통제력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형 AI’의 필요성이 크다”며 독자 모델 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AI 인재 개발 측면에서도 차별점을 강조했다. 임 연구원장은 “채용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에 대한 고민 능력과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의지를 중시한다”며, 연구 결과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해보는 경험이 AI 인재들에게 크나큰 동기 부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연구원이 단순한 이론 중심 연구기관에서 벗어나 실용 중심 기술 연구소임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향후 기술 진화 방향에 대해 임 연구원은 ‘에이전틱 AI’를 주목했다. 이는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사용자 대신 기획, 실행, 결과 도출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AI 형태로, 이미 일부 기술이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봤다. 그는 챗GPT를 예로 들며 “이 같은 AI 도구를 활용하면 생산성이 20~30%까지 높아질 수 있는데도 활용하지 않는 것은 시대 흐름에서 뒤처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AI 기술이 점차 인간의 조력자로 자리잡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실용성과 자율성이 강화된 AI의 확산은 개인 및 산업 전반의 업무 방식 변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형 AI 구축과 독자적 데이터 확보를 통한 기술 주권 강화는 LG AI연구원을 포함한 국내 AI 산업 전반의 주요 과제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