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해당하는 인공지능(AI) 분야 벤처캐피털(VC) 생태계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지만, 투자 협력 대상국이 국내와 미국에 편중돼 있어 파트너 다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주요국 AI 벤처캐피털 투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AI 분야에 대한 VC 투자는 2024년 기준 약 1천476억 달러(약 205조 7천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글로벌 기준으로 상위 10위권에 들어가는 생태계를 갖고 있지만, 해외 투자 비중은 20.4%로 주요국 가운데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AI 스타트업에 투자한 해외 자본 중 미국의 비중이 22.3%로 가장 컸으며, 이 외에 중국, 싱가포르, 일본, 이스라엘, 유럽 등과도 협력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규모는 매우 제한적이다. 같은 조사에서 싱가포르(76.4%), 독일(71.5%), 캐나다(70.3%) 등은 해외 자본 의존도가 높았던 반면, 한국과 일본은 투자 유치의 상당 부분을 자국 중심으로 해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카카오, 네이버 등 대기업 계열 자본이 국내 스타트업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어 국내 VC 생태계는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하지만 국외 VC와의 협력 폭이 좁은 점은 기술 확산과 글로벌 시장 진출 측면에서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AI 기업들은 주요 애로사항으로 여전히 투자 유치의 어려움을 꼽고 있어, 이는 초기 기업의 성장과 연구개발에도 적지 않은 제약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투자 구조의 편향성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AI 파운데이션 모델(기본형 인공지능 모델)의 기술력과 성과를 해외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다 다양한 국가들과 실질적인 상호 투자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국제 협력 매커니즘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우리 AI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여부에 직결될 수 있다. 자국 중심의 생태계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한국 AI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려면, 투자 구조의 다변화와 국제 파트너십 확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