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사 인공지능(AI) 비서 시리(Siri)의 기능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내부 전용의 아이폰 앱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앱은 챗GPT와 유사한 방식의 대화형 AI 기능을 포함하고 있으며, 애플은 이를 통해 차세대 시리 기술을 전면적으로 시험 중이다.
이번 앱 개발은 외부 공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 사내 테스트 용도로 제작됐다. 실험이 진행 중인 이 앱의 내부 코드명은 ‘베리타스(Veritas)’로, 애플의 AI 부서가 음성 인식 기술뿐 아니라 앱 내 작업 수행 기능, 개인 데이터 기반 요청 응답 기능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메일 검색이나 사진 편집 같은 실제 모바일 기기 활용 작업이 테스트 항목에 포함돼 있다.
새로운 시리는 단순 음성 명령 기능을 넘어, 대화 주제를 파악하고 이전 대화를 기억하며 맥락에 맞는 후속 질문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이 같은 기능은 챗GPT나 최근 주목받는 퍼플렉시티 등의 대화형 AI와 핵심 원리가 유사하다. 사용자가 장기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사용자 환경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애플의 AI 기술 역량을 집중 반영한 시도로 평가된다.
이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기술은 ‘린우드(Linwood)’라는 코드명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중심으로 한다. 애플은 자사 AI 연구조직인 '파운데이션 모델팀'이 개발한 내부 모델에 외부 모델을 결합해, 자체적인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또한, 인터넷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요약할 수 있는 기능 시험도 병행되고 있어, 궁극적으로는 검색 엔진에 가까운 정보 제공 능력도 탑재될 전망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내부 회의에서 AI가 수십 년 만에 찾아온 가장 큰 기술 전환이라며, 이 분야에서 반드시 경쟁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애플은 과거 음성 비서 분야에서 초기에 앞서 나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혁신 흐름에서 다소 밀려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변화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새로운 시리의 공개 시점과 맞물려, 애플이 인공지능 기술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결정적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기술 성숙도와 사용자 편의성 면에서 시장의 기대를 넘긴다면, 애플의 AI 역량 회복과 함께 스마트기기 생태계의 또 다른 전환점을 이끌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