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이더리움(ETH)과 협업 시사…토큰화 증권 규제 표준 논의 본격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더리움(Ethereum) 생태계와의 협업에 적극 나서며,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기존 태도에서의 전환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열린 비공식 회의에서 SEC 산하 암호화폐 태스크포스는 이더리움 관련 단체들과 만나, 토큰화된 증권의 규제 준수를 위한 새로운 기술 표준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이는 단속 일변도의 기존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업계 의견을 청취하며 협력적 태도를 보인 첫 신호로 해석된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기관은 ERC-3643 협회, 체인링크 랩스(Chainlink Labs),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얼라이언스(Enterprise Ethereum Alliance), 리눅스 재단의 탈중앙신뢰 이니셔티브 등이 포함됐다. 논의의 핵심에는 ERC-3643 표준과 체인링크의 자동화 규제엔진 ACE가 있었다. 이들은 블록체인을 통해 규제 준수를 제도화하고, 미국 내 증권 시장의 디지털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ERC-3643 표준은 전통적인 이더리움(ETH) 기반 토큰과는 달리, 신원 인증 및 접근 제어 기능이 내장돼 있어 규제를 따르며 자산을 온체인으로 전환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한편, 체인링크의 ACE는 실시간으로 규제 요건을 자동 점검해 규제기관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으로 주목받았다.

ERC-3643 협회 데니스 오코넬(Dennis O’Connell) 회장은 "이전 회의들과 달리 SEC가 매우 열린 태도를 보였으며, 기술표준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암호업계도 명확한 표준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며, 이번 논의가 암호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가속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EC는 아직 구체적인 규제나 채택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이번 회의는 수개월 간 업계와의 조율 아래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코넬은 이를 두고 “산업에 있어 중대한 진전”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SEC 수장인 폴 앳킨스(Paul Atkins) 위원장 역시 최근 강연에서 "토큰화할 수 있다면, 반드시 토큰화될 것"이라 말하며, 혁신 사례에 한해 규제 유예 조항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향후 SEC가 금융 혁신에 좀 더 유연한 접근을 취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논의는 규제 개혁이 단기간에 완성되지는 않겠지만, 블록체인 기반 증권자산 토큰화를 미국에서 제도화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기존의 억제 중심 규제에서 산업 발전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