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BNY멜론과 실물자산 토큰화 플랫폼 시큐리타이즈(Securitize)가 협력해 AAA등급 담보부대출채권(CLO)에 투자하는 온체인 펀드를 선보였다. 실물금융과 탈중앙화 기술을 결합하려는 시도가 점점 본격화되는 가운데, 대표적인 기관 투자자들이 토큰화 자산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시큐리타이즈는 이번 펀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변동금리 기반의 AAA등급 CLO에 대한 온체인 접근권을 제공할 계획이다. BNY멜론은 이 펀드의 기초 자산을 보관하며, 그 자회사에서 펀드 운용을 맡는다. 펀드 출시 이후 스카이에코시스템(Sky Ecosystem) 거버넌스 승인을 전제로, 기관용 크레딧 프로토콜인 그로브(Grove)가 1억 달러(약 1,000억 원) 규모의 초기 앵커 투자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CLO는 기업 대출을 패키징해 증권으로 만든 구조화 금융상품이다. 시장 규모는 1조 3,000억 달러(약 1,300조 원)를 넘는다. 시큐리타이즈는 이러한 거대 전통 시장에 ‘토큰화(tokenization)’라는 디지털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더 많은 투자자에게 접근성과 투명성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토큰화는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에 기초한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시큐리타이즈의 CEO 카를로스 도밍고는 “이 새로운 펀드는 우량 신용자산을 더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제공하는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진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도밍고 CEO가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시큐리타이즈의 나스닥 상장 계획을 공개한 직후 이뤄졌다. 그는 스팩(SPAC) 합병 방식으로 미국 증시에 입성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합병 상대는 캔터 에쿼티 파트너스 2호(Cantor Equity Partners II)다. 이는 토큰화 산업이 단순 소규모 시도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월스트리트 입성’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을 상징한다.
시장조사업체 RWA.xyz에 따르면, 현재 355억 달러(약 35조 5,000억 원)가 넘는 자산이 이미 블록체인상에서 토큰화돼 유통되고 있다. CLO 외에도 채권, 머니마켓펀드, 프라이빗에쿼티 등 다양한 자산이 실물에서 디지털로 빠르게 이전되고 있다. 블랙록(BlackRock), JP모건 등 전통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관련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러한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코멘트: CLO와 같은 고수익·고등급 신용상품 토큰화는 그간 자산 접근이 어려웠던 일부 투자자층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시큐리타이즈와 BNY멜론의 협업은 토큰화 시장의 ‘제도권 진입’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관련 거버넌스 승인과 규제 문제는 여전히 넘어야 할 단계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