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일부 크립토 애널리스트들과의 컨퍼런스콜을 열고 장기 전략을 공유했다. 예상 밖으로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암스트롱과 최고재무책임자 알레시아 하스도 참석해, 코인베이스의 미래 비전에 대한 상세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암스트롱 CEO는 중앙화 거래소(CEX)보다 탈중앙화 거래소(DEX)의 거래량이 장기적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코인베이스는 자사 지갑인 '코인베이스 월렛(Coinbase Wallet)'을 통해 사용자들이 직접 온체인 거래를 수행할 수 있도록 중개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아울러 DEX 분야 투자도 병행 중이지만, 모든 투자는 지분 통제권이 없는 구조로 설계되어 탈중앙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이들 투자는 장부상 원가로 반영돼 있지만, 전통 금융권에서는 과소평가되고 있는 잠재적 수익원이라는 평가다.
한편,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로빈후드(Robinhood), 스트라이프(Stripe) 등 전통 핀테크 기업의 경쟁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코인베이스 측은 이들 기업이 시장을 잠식하기보다는 전체 크립토 생태계를 확장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스트라이프는 새로운 암호화폐 결제 인프라로 USDC를 채택했고, 이는 베이스(Base) 및 커스터디(Custody) 서비스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쟁 심화는 불가피하지만, 코인베이스만의 집중도와 제품 다양성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보유 중인 현금 약 100억 달러(약 14조 2,000억 원)를 활용해, 코인베이스는 서비스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대 암호화폐 옵션 거래소 더리빗(Deribit) 인수를 통해 조정 EBITDA 증가를 노리고 있으며, 온체인 마케팅 추적 플랫폼 스핀들(Spindl) 등 소규모 기업 인수도 이어가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또한 미국 내에서 영구선물(Perpetual Futures) 출시를 준비 중이며, 아르헨티나와 인도에서 신규 라이선스를 확보해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인도 시장 진출은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행사는 코인베이스가 암호화폐 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굳게 믿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흥미롭게도 이 콘퍼런스콜에는 CEO, CFO뿐 아니라 익명으로 활동하는 '가명의 오리'도 참석해, 코인베이스 특유의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