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가치가 원화에 연동된 암호화폐) 발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이 긴장감 속에 대응에 나섰다.
최근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원화를 디지털로 담보하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이 점점 부각되는 분위기다. 관련해서 정부 차원에서도 논의가 빨라지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너무 앞서나가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한은은 오는 7월 1일 '스테이블코인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서울대 경제학부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진, 전·현직 금융통화위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은은 이 자리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급격한 도입보다는 금융안정을 중심에 둔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비은행권 중심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이에 따른 투매(코인런) 등 시장 혼란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역시 이런 위험성에 대해 연이어 경고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의 대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비은행 기관이 자유롭게 발행하게 되면 통화정책의 효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자본규제를 우회해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과거 블록체인 싱크탱크 활동을 통해 제시했던 보고서가 화제가 되면서, 카카오페이 등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한때 급상승하기도 했다. 보고서에서는 은행뿐 아니라 핀테크 기업 등 민간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구조를 한국형 모델로 제안했었다.
하지만 실제 가동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을 위해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포함해 수많은 법령의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자금융거래법, 자본시장법, 외국환거래법 등 다양한 법체계와도 정합성을 맞춰야 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적인 정비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한국은행의 의견 개진과 여론 조율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시장과 제도권이 본격적으로 맞닿기 시작하면서, 한국 금융 당국의 대응 역시 복잡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