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K)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iShares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가 미국 ETF 시장 내 거래량 기준 상위 20위권에 진입하며 주류 금융 시장에서 암호화폐의 입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기관의 참여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IBIT의 급성장은 비트코인이 더 이상 주변 자산이 아닌 ‘핵심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5년 거래량 기준 상위 20개 ETF 목록에 IBIT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상위를 점해온 $SPY, $QQQ, $IWM 같은 대형 ETF들 사이에 신생 비트코인 ETF가 이름을 올린 것은 의미심장하다.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Eric Balchunas)는 “IBIT이 생후 1년도 안 된 ETF임에도 거래량 기준 톱20에 포함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IBIT은 2024년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현물 비트코인 ETF 승인 이후 출범했다. 블랙록의 강력한 네트워크와 브랜드 파워, 비트코인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며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IBIT의 상위권 진입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기존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새로운 자산군으로 재평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IBIT이 보인 급격한 성장세는 유동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거래량 증가로 인해 스프레드는 줄고, 매수·매도자 모두에게 더 나은 거래 환경이 제공됐다. 이는 기관뿐 아니라 단기 수익을 노리는 트레이더들에도 유효한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지닌 투자자들이 기존보다 손쉽게 비트코인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IBIT의 등장은 큰 의미를 지닌다. IBIT을 통해 비트코인은 일반 증권 계좌나 연금 계좌에서도 취급 가능해졌으며, 이는 암호화폐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헤지펀드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폴 튜더 존스(Paul Tudor Jones) 역시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대응에 최적화된 자산”이라며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했다.
IBIT이 $SPY나 $QQQ와 같은 기존 ETF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지금, 이는 단순히 ‘ETF 시장의 다양화’가 아닌 ‘비트코인의 제도권 정착’이라는 중대한 전환점을 시사한다. 블랙록이라는 전통 금융 거인의 후원을 받은 비트코인은 보수적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도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한편, 바이낸스에서 고래급 BTC 유입 규모가 최근 약 3억 달러(약 4,170억 원)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기관 중심의 자산 이동 흐름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BIT의 급부상은 비트코인이 월스트리트의 중심 테이블에 자리를 확보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