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이 한 주 동안 무려 21억 2,000만 달러(약 2조 9,468억 원)의 자금을 끌어들이며 디지털 자산 투자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는 이전 최고 기록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 같은 폭발적인 투자 유입 덕분에 전체 암호화폐 투자 상품의 주간 유입액도 43억 9,000만 달러(약 6조 1,631억 원)로 치솟았고, 이는 2024년 12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기록했던 42억 7,000만 달러(약 5조 9,373억 원)를 넘어선 수준이다.
디지털 자산 운용사 코인셰어스(CoinShares)의 ‘주간 펀드 흐름 보고서’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최근 13주 연속 유입을 이어가며 운용자산(AUM)의 23%에 해당하는 규모만큼 자금을 끌어들였다. 특히 올해 들어 지금까지의 누적 유입액은 62억 달러(약 8조 6,180억 원)를 넘어서며, 작년 한 해 전체 유입액 기록마저 갈아치웠다.
이번 성과는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ETP(상장 지수형 상품) 기반 자산 거래액은 392억 달러(약 5조 4,488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전 세계 디지털 자산 운용자산 총액도 2,200억 달러(약 30조 5,800억 원)를 넘어섰다.
비트코인(BTC)도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22억 달러(약 3조 580억 원)의 유입이 있었지만, 이는 전 주 기록한 27억 달러(약 3조 7,530억 원)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다. 이 기간 동안 비트코인 관련 ETP 거래량은 전체 거래의 55%를 차지했다.
한편, 이더리움의 상승세에 고무된 듯 다른 알트코인들도 주목할 만한 자금 유입을 기록했다. 솔라나(SOL)는 3,900만 달러(약 542억 원), XRP는 3,600만 달러(약 500억 원), 수이(SUI)는 930만 달러(약 129억 원)를 유치했다. 그 외에도 체인링크와 카르다노는 각각 90만 달러(약 13억 원), 30만 달러(약 4억 원)의 소규모 투자 유입을 나타냈다.
하지만 모든 투자 상품이 호조를 보인 것은 아니다. 한 바구니 안에 다양한 코인을 담는 멀티자산 상품은 이번 주에만 1,640만 달러(약 228억 원) 규모의 순유출을 기록하며 예외적 행보를 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비트코인을 넘어 다양한 암호화폐로 분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QCP 캐피털에 따르면, 비트코인 점유율은 64%에서 60%로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이더리움의 시장 점유율은 9.7%에서 11.6%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다음 알트코인 시즌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역별 자금 흐름을 보면, 미국이 단연 돋보인다. 미국에서는 한 주 동안 43억 7,000만 달러(약 6조 1,293억 원)가 유입돼 전 세계 유입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스위스(약 658억 원), 호주(약 240억 원), 홍콩(약 196억 원), 캐나다(약 42억 원) 순으로 유입이 나타났다. 반면, 브라질(약 391억 원), 스웨덴(약 292억 원), 독일(약 215억 원) 등은 투자금 유출을 경험했다.
이번 이더리움 중심의 유입 기록은 암호화폐 시장 내 투자 다변화와 신뢰 회복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제도권 참여가 가속화된 점도 기관 자금 유입을 부추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