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매물로 수억 원을 챙긴 부동산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 중 일부를 암호화폐로 세탁한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30대 남성 A씨와 B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 16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23년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당근마켓'에 존재하지 않는 오피스텔이나 빌라 매물을 게재하고, 해당 매물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로부터 적게는 100만 원, 많게는 2천만 원가량의 계약금을 받아 챙겼다. 총 피해자는 51명이며, 피해 금액은 약 3억5천만 원에 달한다.
눈에 띄는 점은 이 사기단이 피해 금액을 암호화폐로 세탁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피해 금액을 대포통장으로 받은 뒤 암호화폐를 이용해 자금을 분산시켰고, 이를 통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대부분은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인 20~30대 청년들이다. 수법은 치밀했다. SNS 단체 채팅방을 통해 윗선으로부터 부동산 주소와 사진, 비밀번호를 제공받은 뒤 마치 공인중개사인 것처럼 위장해 연락해온 이들에게 전자계약서를 발송했다.
경찰은 이들이 실제 집주인의 주민등록증이나 부동산 등기 서류를 위조해 보내며 철저하게 피해자들을 속였다고 밝혔다. 그중 한 명은 계약금을 돌려달라는 피해자를 협박하기 위해 합성 음란 이미지를 만들어 유포하겠다고까지 했다.
이들은 주로 대학가나 지하철역 근처, 접근성이 좋은 지역을 노렸으며, 서울 강서구와 마포구 등 서울 서남권에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휴대전화를 자주 바꾸는 등 추적을 회피하려는 노력도 치밀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처럼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 세탁은 신속한 수사 대응이 필요하다”며, 직거래 플랫폼을 이용한 사기 범죄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을 예고했다.
또한 경찰 관계자는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매물이나, 매물 소유주의 이름과 계약금 입금계좌 명의가 불일치하는 경우 반드시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