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의 고래 투자자들이 더 이상 ‘고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주소에서 대규모 매입이 지속되는 가운데, 네트워크 전반에서는 자금 유입 둔화와 주소 증가 정체 등 부정적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이더리움 고래의 전략 변화가 생태계 안정성과 가격 흐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지난 8월 11일부터 본격적인 매집에 나선 고래 주소 '0x4ED0'는 최근 약 40분 사이 5,553 ETH(약 340억 원)를 추가 매수하며 보유량을 총 18,447 ETH(약 1,139억 원)까지 늘렸다. 이 주소는 또 비트코인 래핑 토큰인 WBTC 1,357개(약 2,224억 원)를 매입하는 등 공격적인 포지션을 유지 중이다. 해당 고래는 Aave에 자산을 예치한 뒤 미화 1억 1,402만 달러(약 1,586억 원)의 USDT를 차입하며 막대한 레버리지를 활용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강한 상승 확신의 신호로 비칠 수 있지만, 전체 생태계에서의 움직임은 다소 대조적이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결과, 고래 주소의 활동량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1만 ETH 이상을 보유한 주소 수는 사실상 변동 없이 정체 상태다. 이는 일부 고래가 뒤로 물러서 있거나 보유 물량을 분산시키고 있을 가능성을 뜻한다.
투자사 캐피털리서치의 분석가 매튜 장은 "단기 집중 매입이 주목받을 수 있으나, 이더리움의 지속적인 성장은 분산된 사용자 참여와 디파이 생태계 전반의 활력에 달려 있다"며 "지표상 생태계 전반의 자금 유입은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 지표상 이더리움은 여전히 4,050달러(약 563만 원)의 50일 이동평균선을 상회하며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하지만 3,330달러(약 463만 원) 수준은 주요 지지선으로 작용하고 있어, 만약 현재의 고래들이 포지션 청산에 나선다면 급격한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현재의 이더리움 시장은 선별된 고래의 투기적 매집과 점점 줄어드는 유입 자금 간의 간극 속에 놓여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빠르게 늘어나는 레버리지 포지션이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ETH의 중장기 상승을 위해서는, 대형 자금 유입뿐만 아니라 디파이 활용, 스테이킹 증가, NFT 및 dApp 수요 등 생태계 전체의 건강한 확장세가 필수적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