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반이 약하고 빈곤율이 높은 지역이 해외 자금을 끌어들이는 통로로 ‘암호화폐 채굴’을 선택했다. 우즈베키스탄이 자국 내 카라칼팍스탄 자치공화국에 국가가 승인한 채굴 특구를 신설하면서, 저개발 지역에 경제활동을 이식하려는 실험이 본격화했다.
우즈베키스탄 대통령령에 따라 ‘베스칼라 마이닝 밸리(Besqala Mining Valley)’로 명명된 이 구역은 4월 17일 서명, 4월 20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등록 기업은 디지털 자산을 채굴해 국내 거래소는 물론 해외 플랫폼에서도 매도할 수 있지만, 수익은 반드시 우즈베키스탄 은행 계좌로 입금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핵심은 ‘자금의 국내 유입’…수익은 은행으로, 규칙은 대통령령으로
이번 조치는 성장 지역에 민간 투자가 자연스럽게 몰리는 흐름과 반대 방향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2025년 보고서에서 카라칼팍스탄을 높은 빈곤과 취약한 산업 생태계로 지목한 만큼, 우즈베키스탄은 채굴 산업을 규제 프레임 안에 넣는 방식으로 자본과 일자리를 ‘특정 지역’으로 유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구 주민(입주) 지위를 얻은 기업은 채굴과 판매가 허용되는 대신, 자금 흐름을 금융 시스템 안으로 묶어두게 된다. 디지털 자산을 해외에서 매도하더라도 최종 수익을 국내 은행으로 들여오게 설계해 외화 유입을 늘리고, 동시에 자금세탁 리스크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원·달러 환율이 $1당 1,482.50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채굴 운영에서 발생하는 달러 수익의 국내 유입 규모는 정책 효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세금은 2035년까지 ‘면제’…대신 매달 1% 수수료 부과
인센티브는 파격적이다. 입주 기업은 2035년 1월 1일까지 세금을 내지 않는 대신 매달 채굴 수입의 1%를 특구 운영기관(카라칼팍스탄 각료회의 산하 기구)에 납부한다. 규제 준수와 운영 비용을 ‘수수료’로 대체해, 대형 사업자에게 진입 장벽을 낮추는 구조다.
다만 제도는 아직 완결형이 아니다. 관계 당국은 2개월 내 국가 조세 관련 법령 개정안을 제시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져, 세부 과세 체계와 회계·신고 요건은 추가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세금 면제의 매력과 함께, 수익의 국내 계좌 귀속 의무가 외국계 채굴 사업자의 자금 운용 전략에 어떤 제약으로 작용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전력 규제 완화·AI 데이터센터 특구까지…저개발지 ‘인프라 산업’ 유치전
전력 규정도 크게 바뀌었다. 우즈베키스탄은 2023년부터 라이선스를 받은 채굴 기업에 태양광 100% 사용을 요구해 왔지만, 이번 대통령령은 해당 제한을 폐지했다. 베스칼라 마이닝 밸리 입주 기업은 재생에너지, 수소, 그리고 국가 전력망을 혼합해 사용할 수 있으며, 전력망 전기는 더 높은 요금이 적용되더라도 선택지가 열렸다는 점에서 사업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번 채굴특구는 단독 정책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우즈베키스탄은 지난해 11월 카라칼팍스탄에 AI·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겨냥한 별도의 면세 구역을 출범한 것으로 알려졌고, 외국 기업이 1억달러(약 1,482억5,000만원) 이상을 투자하면 2040년까지 세금과 관세를 전면 면제하는 구상도 제시됐다. 채굴과 데이터 인프라는 ‘토지·전력·규제 명확성’이 성패를 가르는 산업인 만큼, 우즈베키스탄은 저비용·저개발 지역을 기반으로 자본집약 산업을 묶어 들이는 장기 전략을 펼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