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이 시장금리 상승기에 보험사의 단기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위험관리 체계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장기 채권 보유 비중이 큰 보험사는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손실뿐 아니라 보험계약 해지와 파생상품 증거금 정산 부담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공개된 '금리 상승이 보험회사 자산운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은 유동성 측면에서 보험계약 해지, 파생상품 증거금 정산 등을 유발해 단기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기에 저축성보험 등 보험계약에서 제공하는 공시이율보다 예·적금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계약 해지가 늘 수 있다고 봤다. 보험사는 해지환급금 지급 수요가 커지는 만큼 현금 유동성 부담을 받을 수 있다.
금리위험 관리를 위해 체결한 파생상품도 부담 요인으로 제시됐다. 박 연구위원은 "금리위험 관리를 위해 체결한 금리스와프 등의 파생상품에서 대량의 현금 증거금 납부가 요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스와프는 통상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현금흐름을 맞바꾸는 파생상품이다. 보험사는 장기 보험부채와 보유 자산의 금리 민감도를 맞추기 위해 이런 거래를 활용하지만, 금리가 크게 움직이면 정산 과정에서 현금 증거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금리 상승이 보험사 자산운용에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 사는 채권의 수익률은 높아질 수 있고, 낮은 보험료와 높은 환급금을 제공하는 상품 설계도 가능해질 수 있다. 반대로 기존 보유 채권의 평가액은 줄어 투자 손익을 압박할 수 있다.
자본 영향은 회사별 자산부채관리(ALM) 수준에 따라 갈린다. ALM이 잘 갖춰진 보험사는 채권 평가액 감소분만큼 부채 평가액도 줄어 자본 변동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자산과 부채의 만기 구조가 어긋난 회사는 금리 변화가 재무 건전성 지표에 다르게 반영될 수 있다.
보험사의 금리 부담은 초장기채 시장에서도 이미 쟁점으로 다뤄졌다. 본지는 앞서 금리 상승이 보험사 킥스 비율과 재무 건전성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도 초장기채 보유 부담과 자본 지표 변화가 보험사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국고채 30년물 금리 상승이 생명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에 미치는 영향도 부각됐다. 일부 생명보험사는 금리 50bp 상승 가정에서 킥스 비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이 보험부채 가치를 줄여 보험사에 유리하다는 기존 공식이 회사별 ALM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박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회사별 상황에 맞춰 투자 손익, 재무 건전성, 유동성 영향을 점검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금리 상승이 투자 손익, 재무 건전성, 유동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회사별 상황에 맞게 스트레스테스트 등을 실시해 영향을 파악하고 위험관리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 측면에서는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줄이는 장치가 거론됐다. 박 연구위원은 "파생상품 정산 등에 따라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자산 헐값 매각이 발생하지 않도록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허용 범위 확대 등 제도 유연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