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는 일반적으로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잠재적인 주택 구매자들에게는 오히려 기회로 비춰질 수도 있다. 최근 미국의 주택 포털 리얼터닷컴(Realtor.com)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 이상이 향후 1년 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으며, 30% 가까이는 그로 인해 주택 구매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경제 불황을 기회로 인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는 현재보다 낮은 *모기지 금리*다. 금리가 하락하면 대출 부담이 줄어들어 주택 구입이 수월해진다. 둘째는 구매 경쟁 감소다. 집을 사려는 이들이 줄어들면 가격 상승 압력이 낮아지고 협상력은 높아진다. 리얼터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니엘 헤일(Danielle Hale)은 “경기 악화에 대한 걱정은 있지만, 일부 구매자에게는 오히려 매입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경기 상황보다 개인 재정 상태에 더 무게를 두는 인식 변화다. 이번 조사에서 54% 이상은 경기 침체가 있을지라도 주택 구매 계획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가족 구성 변화, 이직, 은퇴 등 개인적 필요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 경기 흐름보다는 장기적인 삶의 단계 전환에 따라 주택 구매를 결정하는 경향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한편, 응답자 대다수가 이미 현재의 경제 여건에서도 주택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참가자 중 44%는 매물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고, 36%는 예산 제약을 지적했다. 그 외에도 *신용 기준*이나 모기지 조건 역시 주요 장벽으로 지목됐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시장에 나온 집 매물은 역사적 평균 대비 16% 이상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배경이 된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다수의 응답자들은 경쟁 입찰을 중요한 변수로 보지 않았다. 오직 8%만이 가격 경쟁으로 인해 주택 구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최근 시장에서 매물의 시장 체류 기간이 길어지고, 가격 상승 속도가 둔화되는 추세와도 일치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들이 보다 침착하고 계획적인 구매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일부 소비자들에게 경기 침체는 단순한 리스크가 아니라 전략적 *진입 시점*이 될 수 있다. 금리 안정화, 경쟁 완화, 매물 증가 등의 시나리오가 맞물릴 경우 촉발될 ‘주택 구매 심리’는 향후 시장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재정적으로 준비된 이들이라면, 오히려 다음 불황이 그들의 주택 소유를 현실로 만드는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