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오프프라이스(Off-price) 소매업체 로스스토어스(ROST) 주가가 실적 발표 직후 급락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 제품에 의존하는 로스는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연간 실적 전망을 철회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유지 기조가 리스크로 부각되며, 소매업 전반에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로스스토어스는 1분기 실적에서 주당순이익(EPS) 1.47달러, 매출 49억 8,000만 달러(약 7조 1,700억 원)를 기록해 시장 추정치를 소폭 웃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다음 날 프리마켓에서 13% 급락하며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큰 충격은 연간 가이던스를 철회했다는 점이다. 회사 측은 2분기에 한정된 실적 전망만을 제시했으며, "관세 발표의 변동성이 커 향후 수익성 예측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짐 콘로이(Jim Conroy) 최고경영자(CEO)는 "직접 수입하는 제품은 적지만 매출의 50% 이상이 중국산 제품이고, 고율 관세가 지속될 경우 수익 압박이 현실화될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유세 과정에서 강조한 무역 정책 기조와 맞물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관세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 비용 구조를 예측하기 어려워, 전망을 아예 접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JP모건은 로스스토어스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다만, 가격 목표는 기존 대비 20달러 낮춘 141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기업의 체력 자체보다는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결정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내 주요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실적 가이던스를 유보하거나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로스스토어스의 사례는 단순히 개별 기업 이슈가 아닌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 위험을 드러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향후 어떻게 진화하느냐에 따라, 유통, 소비재, 제조업 전반의 실적 흐름도 예상치를 크게 벗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관세 불확실성이 기업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면서, 투자자들은 실적 자체보다 정치적 변수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스의 사례는 AI, 반도체처럼 강력한 모멘텀을 가진 섹터 외에는 시장 내 회피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