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주식 일부를 매각하면서 약 2조 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글로벌 법인세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LG화학은 10월 1일 공시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 보통주 575만 주, 약 1조9천981억 원 상당을 주가주식스와프(PRS) 계약 방식으로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RS는 일정 기간 동안 자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투자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고, 주가 변동에 따른 차익을 정산하는 구조로, 실질적인 유동성 확보 수단 중 하나다. 이번 계약의 기준 주가는 전일 종가인 주당 34만7천500원이 기준이 되며, 매각 대금은 오는 11월 3일 수령할 예정이다.
이번 주식 매각이 진행되면, 기존 81.84%였던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율은 79.38%로 2.46%포인트 낮아진다. 표면적으로는 현금 유동성 확보가 주목적이지만, 실제로는 다국적기업을 겨냥한 글로벌 최저한세(GloBE: Global Minimum Tax) 제도에 대응한 포석이기도 하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글로벌 기업이 과세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세부담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OECD 주도로 추진된 제도로, 실효세율이 15%에 못 미칠 경우 본사가 있는 국가 등에서 차액을 납부해야 하는 구조다.
문제는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80% 이상 보유한 경우, 글로벌 최저한세상 하나의 연결 기업으로 간주돼 추가 세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감안해 지분율을 80% 미만으로 조정함으로써 세제상의 불이익을 회피하려는 전략이 이번 매각에 담겨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LG화학은 이번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첨단소재, 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 투자하면서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데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관련 분야에서 단기 차입을 통해 투자를 확대한 만큼, 이자 부담을 줄이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향후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최저한세가 2024년부터 본격 적용되는 만큼, 지주회사나 모회사 중심의 대기업들은 지분 구조나 자회사 수익 분배 방식을 보다 정교하게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제를 고려한 기업지배구조 개편이 주요 경영 전략의 하나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