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세무 플랫폼 이용이 급증함에 따라, 과세 정보 보호와 납세 협력 비용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사용자 동의만으로 민감한 정보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오종현 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12월 4일 열린 ‘2025년 국세행정포럼’에서 최근의 세무 플랫폼 확대 흐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세무 서비스가 세금 신고를 간편하게 해주는 장점은 있지만, 이 과정에서 수집되는 개인정보와 과세 정보가 충분한 검증 없이 상업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보 오남용 사태가 발생하면 이를 바로잡기 위한 행정 자원이 과도하게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민간 세무 플랫폼 업체들이 사용자로부터 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으면 곧바로 세무 행정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도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 그러나 오 본부장은 이 같은 방식이 보안 및 신뢰 측면에서 허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고 자료가 정확하지 않으면 국세청이 이를 검증하기 위해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야 하므로, 오히려 전체 납세자의 협력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요 국가들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은 세무대리인이나 플랫폼은 국세청에 사전 등록 및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공식 세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영국과 호주는 이용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스크래핑 기술’에 대해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오 본부장은 우리나라도 국세 시스템 접속 시 반드시 업체의 인증과 접속 기록을 남기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세무 플랫폼의 인터넷 프로토콜(IP)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증 절차를 강화하며, 전반적인 접근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높은 보안 위험이 수반되는 스크래핑 방식은 사전에 차단하고, 필요한 경우 세무시스템 이용에 따른 세무 플랫폼 업체의 비용 부담, 즉 수수료 체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국세행정 전환 논의도 이뤄졌다. 서울시립대학교 박훈·황원석 교수는 AI 기술의 국세 분야 활용 방안으로 전산 인프라 확충, 조직 운영 개선,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제안했고, 임광현 국세청장은 AI가 향후 국세 행정의 효율성과 정밀도를 높이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세무 서비스의 디지털화와 함께 공공 데이터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제도 정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민간 기술의 활용을 확대하는 것과 동시에, 국민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것이 정책과제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