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부산은행이 2026년 4월 20일부터 국내 은행권 최초로 선박 거래와 해양금융에 특화한 선박 에스크로 에이전트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그동안 해외 법률기관에 의존해온 국내 해운업계의 거래 관행에 변화가 생기게 됐다.
이번 서비스는 선박 매매계약에 따라 매수인과 매도인 사이에서 은행이 중립적인 관리자로 참여해 매매대금을 일정 기간 보관하고, 계약상 조건이 모두 충족됐을 때 자금을 넘겨주는 방식이다. 에스크로는 거래 당사자 사이에서 제3자가 돈이나 권리를 맡아 안전하게 이전되도록 돕는 장치를 뜻하는데, 거래 금액이 크고 절차가 복잡한 분야일수록 중요성이 커진다.
선박 거래는 일반적인 자산 매매보다 구조가 훨씬 복잡하다. 계약을 체결한 뒤 실제 선박을 넘기고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까지 시간 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대금 지급과 권리 이전이 정확히 맞물려야 분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선박은 해운사 입장에서 핵심 영업자산인 데다 거래 규모도 커서, 자금이 안전하게 관리되는 체계가 시장 신뢰를 좌우하는 요소로 꼽혀왔다.
그동안 국내 은행권에는 이런 전용 서비스가 없어 국내 해운사들은 싱가포르나 영국의 법무법인을 통해 관련 업무를 처리해왔다. 이는 비용과 절차 측면에서 불편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었다. 부산은행의 이번 도입은 해양도시 부산을 기반으로 한 지역 금융기관이 해양금융 분야에서 역할을 넓히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부산은행은 이번 서비스를 통해 국내 선박금융 시장의 신뢰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앞으로도 해양금융 분야에서 다양한 금융 해법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권이 선박 거래의 안전장치를 직접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국내 해양금융 인프라가 조금씩 고도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선박 매매뿐 아니라 선박금융, 선박담보, 해운 관련 국제거래 전반으로 금융 서비스가 넓어지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