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비만치료제 판매 급증에 힘입어 2026년 1분기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리면서,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주도권 경쟁이 한층 뚜렷해졌다.
일라이릴리는 4월 30일(현지시간) 공개한 실적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주당순이익이 8.26달러를 기록해 1년 전보다 170% 늘었다고 밝혔다.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비만치료제와 당뇨치료제가 있었다.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면서 체중 감량 효과로도 주목받는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 매출은 86억6천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25% 증가했고, 비만치료제 젭바운드 매출도 41억6천만달러로 80% 늘었다. 비만치료제가 단순한 유행 상품을 넘어 대형 제약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회사 측은 이런 흐름을 반영해 올해 연간 매출 전망도 다시 높였다. 일라이릴리는 연간 매출 예상치를 820억∼850억달러로 제시하면서 기존 전망보다 20억달러 상향 조정했다. 시장에서는 비만, 당뇨, 심혈관계 질환이 서로 연결된 대사질환 치료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상황에서, 검증된 약효를 가진 제품을 먼저 넓게 공급하는 기업이 실적 우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일라이릴리 주가가 장중 9% 넘게 오른 것도 이런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제 먹는 비만치료제로 옮겨가고 있다. 일라이릴리가 내놓은 경구용 신약 파운데이오는 이달 초 판매가 시작돼 이번 1분기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향후 성장성을 가늠할 새 변수로 꼽힌다. 지금까지 비만치료제 시장은 주사제 중심이었다. 하지만 알약 형태 제품은 복용 편의성이 높아 더 넓은 환자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일라이릴리의 데이비드 릭스 최고경영자는 파운데이오의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올해 핵심 이정표로 제시하면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의미 있게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경쟁 구도도 더 선명해지고 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2021년 위고비를 출시해 세계적인 비만치료제 열풍을 이끌었고, 이후 오젬픽과 함께 시장을 넓혀왔다. 다만 최근 미국 시장에서는 일라이릴리가 젭바운드와 마운자로를 앞세워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노보 노디스크가 지난 1월 미국에서 알약 형태의 위고비를 먼저 내놓은 데 이어 일라이릴리도 파운데이오를 출시하면서, 앞으로는 주사제뿐 아니라 경구용 비만치료제 시장에서도 두 회사의 정면 승부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비만치료제 시장의 경쟁 축을 공급 능력과 가격, 복용 편의성, 보험 적용 범위로까지 넓혀가며 제약업계 전반의 성장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