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한국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와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에 힘입어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전 분기보다 1.8%로 집계됐다. 지난 4월 23일 공개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치다. 분기 기준 성장 흐름은 지난해 1분기 -0.2%로 뒷걸음친 뒤 2분기 0.6%, 3분기 1.4%로 개선됐다가 4분기 -0.1%로 다시 주춤했는데, 올해 들어 큰 폭으로 반등한 셈이다.
이번 성장의 중심에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있었다. 1분기 수출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 품목을 앞세워 5.9% 늘었고, 수입도 기계·장비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3.9% 증가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은 전체 성장률을 1.1%포인트 끌어올렸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늘면서 6.6% 증가했고, 건설투자도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함께 늘어 1.4% 확대됐다. 민간소비는 의류 같은 재화 소비와 금융 등 서비스 소비가 함께 늘어 0.6% 증가했지만, 정부소비는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감소 영향으로 0.4% 줄었다. 속보치와 비교하면 설비투자는 1.8%포인트, 수출은 0.8%포인트 각각 상향 조정됐고, 수입도 0.9%포인트 높아졌다.
산업별로 보면 반도체 경기 회복의 효과가 더 뚜렷했다. 제조업은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와 1차 금속 등을 중심으로 3.9% 성장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은 15.4% 늘어난 반면, 비ICT 제조업은 0.9% 감소해 업종 간 온도 차가 분명했다. 전기·가스·수도사업은 3.1%, 건설업은 2.2%, 농림어업은 4.3% 증가했다. 서비스업은 도소매와 숙박음식업이 늘었지만 운수업 등이 줄면서 0.6%의 비교적 완만한 성장에 그쳤다. 이는 수출 제조업의 회복세가 전체 경제를 이끌고 있지만, 내수 서비스 부문은 아직 강한 확장 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민이 실제로 벌어들인 소득 흐름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1분기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전 분기보다 11.0% 급증해 명목 GDP 성장률 10.5%를 웃돌았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자·배당 등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9조2천억원에서 13조7천억원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실질 GNI도 교역조건 개선과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 증가에 힘입어 9.2% 늘어 실질 GDP 성장률 1.8%를 크게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함께 발표한 2025년 국민계정 잠정 결과에서는 2025년 1인당 GNI가 3만6천963달러로 전년보다 0.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원화 기준으로는 5천257만원으로 4.6% 늘었다. 이는 지난 3월 10일 공개된 잠정치 3만6천855달러보다 소폭 높아진 수치다.
결국 1분기 한국 경제는 반도체 중심의 대외 수요 회복과 기업 투자 확대가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다만 제조업, 그중에서도 ICT 업종에 성장 동력이 집중돼 있고 정부소비와 일부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약한 흐름을 보인 만큼, 앞으로도 수출 호조가 이어질지와 내수가 얼마나 받쳐줄지가 경기 흐름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