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값이 2026년 6월 11일 장중 한때 1g당 20만원 아래로 내려가며 6개월 만에 다시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졌다. 국제 금값이 급락한 데다 미국 통화정책과 중동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금 수요가 약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금시장에서 금 현물(99.99%·1kg)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61% 내린 1g당 20만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은 19만8천60원에 시작했고, 개장 직후에는 19만6천780원까지 밀렸다. KRX금시장에서 국내 금 시세가 20만원선을 밑돈 것은 2025년 12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20만원이 개인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상징적 가격대로 받아들여져 왔는데, 이날은 그 선이 장중에 무너진 셈이다.
이번 하락의 직접적인 배경은 국제 원자재 시장의 약세다. 간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 산하 코멕스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3.6% 떨어진 온스당 4,133달러로 마감했다. 미국의 5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시장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한때 금값을 떠받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더 강한 추가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자 시장의 시선이 다시 달러와 유가, 미국 국채금리 움직임으로 옮겨갔다. 삼성선물의 옥지회 연구원은 이런 변화로 달러 인덱스와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귀금속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금은 보통 금리가 낮아질 때 보유 매력이 커지는데, 반대로 금리 상승 전망이 강해지면 투자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올해 금값 흐름을 넓게 보면, 연초의 과열 이후 조정이 이어지는 국면으로 볼 수 있다. 국내 금값은 올해 초 한때 1g당 26만9천810원까지 치솟았지만, 2월 초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시 미국 시장에서 은 선물 과열에 대응해 증거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귀금속 전반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고, 금도 함께 약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최근에는 세계 주요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오히려 긴축 재개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금값을 떠받치던 환경이 흔들리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속도도 예전만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이는 금 시장의 구조적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금값 하락은 관련 금융상품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날 ‘ACE KRX금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1월 말 3만5천440원에서 2만7천650원으로 내려 21.98% 떨어진 수준에서 거래됐다. ‘SOL 국제금’ ETF도 같은 기간 1만5천770원에서 1만3천220원으로 16.17% 하락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서상영 연구원은 중국 인민은행의 금 매입 축소와 인도의 금 관련 수입관세 인상 등으로 금 수요가 줄어든 점을 최근 하락세의 배경으로 짚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 금리 경로, 달러 강세 지속 여부,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금이 다시 반등하려면 지정학적 불안만이 아니라 실제 수요 회복과 통화완화 기대가 함께 살아나야 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변동성 큰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