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그룹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에 1천억원의 긴급운영자금 대출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한 배경을 공개하며, 일부 주주의 반발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사회적 책임과 주주가치 보호가 충돌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메리츠는 25일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주주님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번 지원 결정이 단순한 추가 자금 투입이 아니라,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과 기존 대출금 회수 가능성을 함께 따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긴급운영자금, 이른바 디아이피(DIP·회생절차 중 신규로 공급되는 자금) 대출은 법정관리나 회생 과정에 들어간 기업이 당장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 받는 자금이다. 메리츠로서는 위험이 큰 대출이지만, 홈플러스가 파산이나 청산으로 가는 것보다 회생을 통해 정상화되는 쪽이 원리금 회수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내부적으로도 적지 않은 논란 끝에 이뤄졌다. 메리츠는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승인 여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고 일부 안건은 부결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주주들은 지난달부터 그룹 내부 신고 채널 등을 통해 대출 확대가 재무 건전성을 해치고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왔다. 메리츠는 이런 우려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홈플러스 납품업체와 영세상공인 등 이해관계자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형 유통업체가 회생 과정에서 흔들리면 협력업체 대금 지급과 지역 상권에도 연쇄 충격이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판단으로 읽힌다.
다만 메리츠는 지원 조건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가 대출의 전제 조건으로 MBK파트너스뿐 아니라 김병주 회장의 보증까지 요구한 이유에 대해, 충분한 담보 없이 자금을 빌려주는 행위는 배임으로 문제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규모를 2천억원이 아니라 1천억원으로 제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메리츠는 법적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사실상 최소한의 한도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MBK와 홈플러스는 2천억원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김 회장 보증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어 양측의 시각차는 여전히 크다.
이처럼 메리츠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은 추가 협상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을 시장에 알리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 관련 채권단과 노조에 오는 30일까지 2천억원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이 7월 3일로 다가온 만큼, 남은 기간에는 자금 조달 규모와 보증 조건을 둘러싼 조율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홈플러스 회생 성사 여부뿐 아니라, 사모펀드 운용사의 책임 범위와 금융회사의 고위험 지원 기준을 가늠하는 선례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