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과 동탄 등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일부 기업의 고액 사내대출이 주택 매수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 다만 사내대출이 본래 임직원 복지 성격을 띠는 데다 기업별 운영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당국은 직접 규제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무주택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 1.5% 금리로 최대 5억원의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두나무도 내부 심사를 거쳐 직원에게 무이자로 최대 5억원까지 사내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근속 6개월 이상 무주택 임직원에게 최대 1억원 수준의 주택자금 융자를 운영 중이며, 실거주 목적과 통근 가능 거리 같은 조건을 두고 있다. 빗썸은 기존의 무이자 1억원 사내대출을 없애고 월 50만원 한도의 이자 지원 방식으로 바꿨다.
전체 산업계로 범위를 넓히면 대규모 원금 대출보다는 금융회사 대출의 이자를 일부 보전해주는 방식이 더 일반적이다. 플랫폼·게임·통신 업계에서는 생활안정자금이나 주거 관련 자금을 직접 빌려주더라도 한도가 대체로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수준에 머문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과 비교하면 실제 주택 구매력을 크게 높이기 어려운 규모다. 시중은행들도 별도 고액 사내대출 제도는 두지 않고 있으며, 은행법에 따라 일반자금대출 2000만원, 주택자금대출 5000만원 한도에서 운영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도 5000만원 안팎의 시중금리 수준 대출만 제공한다.
금융당국이 이 문제를 들여다보는 배경에는 최근까지 이어진 강한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있다. 당국은 지난해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 주택가격 구간별로 대출한도를 차등화한 10·15 대책 등을 통해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신용 공급을 억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기업이 시중 금융권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거액을 빌려줄 경우, 정책의 빈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익을 위한 일정한 규제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규제 수단이 뚜렷하지 않다. 사내대출은 회사가 직접 자금을 빌려주기도 하고, 서울보증보험 보증상품을 활용하거나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 구조가 다양해 일괄 규제가 쉽지 않다. 정부가 어디까지 사적 계약과 복지 제도에 개입할 수 있는지도 논란거리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소수 기업의 사례를 이유로 전반적인 규제가 도입되면 오히려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본다. 실제 현장에서는 대출 원금을 직접 제공하는지, 지원 규모와 금리가 어떤지, 무주택자나 실거주 목적처럼 조건이 엄격한지 등을 구분해 실질적인 주택 구매력 확대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직접 규제보다는 업계의 자율 조정이나 가이드라인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집값 불안이 더 커질 경우 사내대출도 정책 점검 대상에 본격적으로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