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생산이 24개월째 뒷걸음질치면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보다도 긴 장기 침체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통계 작성 이래 가장 긴 감소 흐름이 확인된 만큼, 건설업 부진이 일시적 조정을 넘어 구조적인 부담으로 번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6년 4월 건설업 생산은 불변 기준으로 1년 전보다 5.5% 줄었다. 물가 변동 영향을 제외한 실질 생산이 그만큼 감소했다는 뜻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건축 생산은 6.4%, 토목 생산은 2.8% 각각 줄었다. 건설업 생산은 2024년 5월 이후 2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는데, 이는 1997년 7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긴 연속 감소 기록이다. 외환위기 당시 연속 감소 기간은 7개월,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12개월이었다.
이처럼 부진이 길어진 배경으로는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동산 개발사업 자금조달) 시장 경색이 함께 지목된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크게 풀리면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올라 공사비 부담이 커졌고, 여기에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건설사들이 돈을 조달하기도 한층 어려워졌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이런 비용 부담과 자금 경색이 겹치며 건설경기 회복을 오랫동안 가로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부 선행지표는 바닥을 다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건설수주가 올해 들어 반등한 점을 근거로 하반기에는 건설업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업황이 본격적으로 살아난다기보다, 지난해 실적이 워낙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다시 말해 통계상 숫자는 좋아져도 현장에서 느끼는 경기는 여전히 냉랭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도 회복 속도에 대해서는 신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5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건설투자가 지난해 9.8% 감소한 데 따른 반사효과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0.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는 2월 전망치 1.0%보다 0.4%포인트 낮춘 수치다. 내년 건설투자 증가율도 1.5%에 그칠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관련 설비 투자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일부 버팀목이 될 수는 있지만, 공사비 상승과 건자재 수급 차질이 이어지면서 회복 강도는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건설 수주 회복이 실제 착공과 생산 확대로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지만, 당분간은 지표 개선과 체감 경기 사이의 간극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