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조와 공급망 정상화 기대가 겹치면서 올해 3분기 한국 수출은 전반적인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해 수출 실적 50만달러 이상인 회원사 2천곳을 대상으로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12일까지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2026년 3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107.0으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기업들이 앞으로의 수출 경기를 어떻게 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개선 전망이 더 많고 100을 밑돌면 악화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이번 수치는 전체적으로 수출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품목별로 보면 분위기는 엇갈렸다. 15대 주요 품목 가운데 11개 품목은 수출 경기 악화가 예상됐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 품목의 강세가 전체 흐름을 끌어올렸다. 반도체 EBSI는 142.6으로 지난 분기 191.4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서버용 디램 수요가 꾸준한 데다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공급 부족으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무선통신기기·부품은 120.3, 선박은 115.7, 의료·정밀·광학기기는 110.8로 나타나 이들 품목도 수출을 떠받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전망에는 중동 긴장 완화에 따른 조달과 생산 여건의 회복 기대도 반영됐다. 기업들은 설비가동률이 114.3, 수출상담·계약이 111.9로 각각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원부자재 수급·조달 전망은 111.4로 전 분기보다 41.6포인트 뛰어 2017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흔들렸던 원부자재 공급과 설비 운영 환경이 다소 안정되면, 수출 기업들이 실제 계약과 생산을 이어가기 더 수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모든 업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전기·전자제품 EBSI는 74.1로 기준선을 크게 밑돌았다. 중국 이차전지 기업과의 가격 경쟁이 심해진 데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품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수출 채산성(팔수록 남는 정도)이 나빠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플라스틱·고무·가죽제품도 76.0에 그쳤다. 중동 사태 이후 급등한 나프타 같은 원료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비용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수출상품 제조원가 전망치는 99.5로 기준선을 밑돌아, 기업들이 비용 측면에서는 여전히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기업들이 꼽은 3분기 최대 애로 요인은 원재료 가격 상승이 24.7%로 가장 많았고, 물류비용 상승이 17.9%로 뒤를 이었다. 이관재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3분기 수출 경기 개선이 정보기술 품목 호조뿐 아니라 중동 사태로 위축됐던 조달·생산 여건의 정상화 기대를 함께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가와 환율, 물류비 변동성이 여전히 큰 만큼 구매 계약과 물류 계약, 가격 조건을 더 세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세를 뒷받침할 가능성이 있지만, 원가와 물류 부담이 다시 커질 경우 업종별 온도 차는 더 뚜렷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