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 국채시장이 흔들린 뒤 금·은·구리와 비트코인(BTC)이 같은 방향으로 올랐다. 달러와 장기 국채 신뢰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면서 실물 자산과 대체 자산을 함께 보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다시 시장 전면에 섰다.
미국 재무부는 8월 19일 장기물 명목 국채 유동성 지원 바이백 규모를 기존 회당 최대 20억 달러(약 2조7660억원)에서 최소 40억 달러(약 5조5320억원)로 늘린다고 밝혔다. 대상은 10~20년물과 20~30년물 구간이며, 확대 조치는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적용된다.
재무부의 공식 설명은 장기물 구간의 유동성 지원이다. 다만 시장은 이를 장기금리 상승 압력을 낮추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장기 국채를 사들이면 채권 가격은 오르고 수익률은 내려갈 수 있어, 달러 약세와 통화가치 하락 우려가 함께 부각됐다.
장기물 바이백은 정부가 이미 발행된 국채를 시장에서 되사는 조치다. 통상 특정 만기의 거래가 얇아지거나 수급 부담이 커질 때 시장 기능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번에는 장기금리와 재정 부담 논쟁이 겹친 시점에 발표돼 정책 의도와 시장 해석이 갈렸다.
아시아경제는 25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선물이 온스당 4694.50달러(약 649만원)에 마감했고, 이달 들어 15.94% 올랐다고 보도했다. 은은 온스당 68달러선까지 올라 이달 18% 넘게 상승했고, 구리는 런던금속거래소 현물 기준 t당 1만4850달러(약 2054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BTC도 같은 흐름에 올라탔다. 아시아경제는 BTC가 26일 오후 1시 기준 7만8984.90달러(약 1억923만원)에 거래됐고, 장중 8만1235.03달러(약 1억1235만원)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최근 1주일 상승률은 약 23%로 제시됐다.
마켓워치는 8월 25일 BTC가 8만 달러(약 1억1064만원)를 넘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BTC 반등 과정에서 코인글래스 집계 기준 40억 달러(약 5조5320억원)가 넘는 약세 포지션이 청산됐다고 보도했다. 가격 상승이 숏 포지션 청산을 부르고, 청산 과정의 매수가 다시 가격을 밀어 올린 구조다.
이번 흐름은 미국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가 달러 약세 논쟁을 키웠다는 본지 보도와 맞닿아 있다. 본지는 앞서 BTC와 금이 달러 약세 헤지 논리 속에서 함께 강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다만 금과 BTC는 평소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은 아니다.
월드골드카운슬(World Gold Council)은 8월 21일 보고서에서 재무부 발표 직후 달러와 금이 반응했다고 분석했다. ETF.com도 금과 BTC가 8월 들어 각각 15% 이상, 25% 이상 올랐다고 정리했다. 두 기관은 시장이 장기금리와 재정 부담을 통화가치 희석 문제로 읽고 있다고 봤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는 법정화폐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때 금이나 BTC 같은 대체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을 뜻한다. 재정적자 확대, 장기금리 상승, 달러 약세 기대가 함께 나타날 때 자주 거론된다. 이번에는 금속과 BTC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이 해석에 힘이 실렸다.
시장 구조상 금과 BTC의 상승 경로는 다르다. 금은 실물 보유와 선물시장, 상장지수상품을 통해 거래되고, BTC는 현물 거래소와 파생상품, 현물 ETF 자금 흐름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같은 ‘달러 헤지’ 논리로 묶이더라도 가격 변동성과 수급 요인은 서로 다르게 작동한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번 흐름은 원화 환율과 해외 자산 가격을 함께 봐야 하는 사안이다. 달러 표시 자산 가격이 오르더라도 원화 환산 수익률은 환율 변동에 따라 달라진다. 금속 관련 종목이나 크립토 관련 주식의 직접 수혜 여부도 실적, 보유 구조, 수급 자료로 따로 확인해야 한다.
개별 종목을 둘러싼 해석은 더 신중해야 한다. 원문은 고려아연, 엘컴텍, 아이티센글로벌, 풍산, LS, 우리기술투자, 뉴몬트(NEM), 판아메리칸실버(PAAS), 프리포트맥모란(FCX), 스트레티지(Strategy)를 수혜 예시로 거론했다. 그러나 자산 가격 상승이 곧바로 각 기업의 실적 개선이나 주가 상승을 뜻하지는 않는다.
앞서 본지는 BTC가 주간 23% 상승하며 금과 동반 강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당시 상승 배경으로도 미국 국채시장, 달러 약세, 현물 ETF 자금 유입, 파생상품 청산이 함께 거론됐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사실과 해석의 분리다. 재무부가 확인한 것은 장기물 유동성 지원 바이백 확대이고, 시장의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해석은 투자자 반응과 가격 흐름을 바탕으로 한 분석이다. 확대된 장기 국채 바이백 운영은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