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수입국들이 호르무즈 위기 이후 6개월 동안 해상 원유와 석유제품,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 3300억 달러(약 454조7400억원)를 추가로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는 2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2026년 3~8월 실제 가격과 전쟁 전 선물시장이 예상한 가격을 비교해 이같이 밝혔다. 이 수치는 수출국의 추가 수익을 차감하기 전 수입국이 더 부담한 총 추가 비용이다.
품목별로는 원유 부담이 가장 컸다. 원유 수입 비용 증가분은 1641억 달러(약 226조1300억원)였다. 경유와 가스오일은 738억 달러(약 101조7000억원), 휘발유는 357억 달러(약 49조1900억원), LNG는 양대 권역 합산 380억 달러(약 52조3600억원), 항공유는 200억 달러(약 27조5600억원)를 차지했다.
CREA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6개월간 브렌트유 가격이 전쟁 전 기대치보다 평균 35% 높았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 LNG 가격은 75%, 유럽 LNG 가격은 60%, 경유 가격은 59% 높았다. 브렌트유 현물 가격은 3~8월 평균 배럴당 93달러였다.
가격 충격은 원유보다 정제유와 가스에서 더 오래 남았다. 원유 프리미엄은 5월 전쟁 전 기대치 대비 50%에서 8월 22%로 낮아졌지만, 경유는 3월 57%에서 8월 65%로 오히려 높아졌다. 유럽 가스 가격도 6월 44%에서 8월 76%로, 아시아 LNG는 같은 기간 64%에서 98%로 확대됐다.
수입 비용 증가는 한국에도 직접 닿았다. 중국과 인도는 3~8월 원유 순수입 비용 증가분의 40%를 차지했고, 한국은 그다음 규모인 97억 달러(약 13조3700억원)를 원유 순수입 비용으로 더 냈다. 태평양 LNG 비용도 일본, 중국, 한국에 집중됐다.
태평양 LNG 추가 비용은 160억 달러(약 22조500억원)로 집계됐다. 일본, 중국, 한국 세 나라는 이 비용의 64%를 부담했다. 태평양 LNG는 거래 국가가 19개국에 그쳐 가격 충격이 일부 수입국에 집중되는 구조다.
지역별 총 추가 비용은 유럽연합(EU)이 780억 달러(약 107조4800억원)로 가장 컸다. 중국은 350억 달러(약 48조2300억원), 인도는 220억 달러(약 30조3200억원)였다. 순비용 기준으로는 EU가 540억 달러(약 74조4100억원), 동아시아가 490억 달러(약 67조5200억원)를 추가 부담했다.
순비용은 같은 국가나 지역이 에너지 수출로 얻은 추가 수익을 반영한 뒤 남는 부담이다. 산유·수출 지역은 높은 가격으로 수익을 얻었지만,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같은 가격 충격을 비용으로 떠안았다. 중동은 612억 달러(약 84조3300억원), 북미는 470억 달러(약 64조7700억원), 러시아는 359억 달러(약 49조4700억원)의 순이익을 얻은 것으로 제시됐다.
소득 수준별 부담도 갈렸다. CREA는 저소득 또는 중하위 소득 수입국의 부담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준으로 고소득 수입국의 약 두 배였다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저소득·중하위 소득 수입국은 GDP의 1.0%에 해당하는 비용을 더 냈고, 전형적인 고소득 수입국은 0.45%를 부담했다.
보고서는 청정 전력 확대가 일부 비용을 상쇄했다고도 분석했다. 2020년 이후 늘어난 청정 전력 발전은 위기 첫 5개월 동안 석탄, 가스, 석유 수입을 줄여 수입국 비용 360억 달러(약 49조6100억원)를 절감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106억 달러(약 14조6100억원)는 전쟁 이후 가격 상승분을 피한 효과로 계산됐다.
CREA의 계산은 해상 원유와 석유제품, LNG에 한정됐다. 송유관 가스, 석탄, 연료유, 나프타, 혼합용 원료, 운임, 전쟁위험 보험료는 제외됐다. 가격 상승으로 수요가 줄어든 부분도 비용에 넣지 않아 실제 경제적 부담 전체를 포괄한 수치는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외해를 잇는 원유·LNG 핵심 항로다. 본지는 앞서 호르무즈 해협 통과량 수치가 집계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도 해협 차질이 단순한 물량 감소를 넘어 선물 가격, 정제유 가격, LNG 권역별 가격으로 번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에너지 가격 충격은 정제유 시장에서도 되풀이됐다. 본지가 앞서 전한 러시아 정제유 감소와 원유 선적 증가 흐름처럼 공급량 변화와 운송 경로는 경유와 항공유 가격에 다시 반영된다. CREA 보고서도 원유보다 경유와 LNG의 가격 괴리가 더 크게 유지됐다고 제시했다.
크립토 시장과의 연결고리는 거시 변동성이다. 에너지 수입비 증가는 무역수지, 물가, 환율을 거쳐 위험자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보고서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가상자산 가격에 대한 직접 전망은 제시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