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vs 창립자, 3,500억 손배 맞소송…‘서브노티카 2’로 번진 내부 전쟁

크래프톤이 인수한 미국 게임 개발사 언노운월즈가 전 경영진을 상대로 3천5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기존 경영진과 벌이는 법적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전 경영진 측이 먼저 크래프톤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한 대응 조치다.

크래프톤은 2021년 약 5억 달러에 언노운월즈를 인수하고, 대표작인 ‘서브노티카’의 차기작 ‘서브노티카 2’ 개발에 힘을 쏟아왔다. 그러나 개발 일정 지연과 기대 이하의 성과가 이어지면서 내부 갈등이 표면화됐다. 올해 초에는 창립 멤버인 찰리 클리블랜드를 포함한 핵심 경영진이 전격 해임되는 등 경영상 큰 변화가 있었다.

이번 분쟁은 지난 7월 말 찰리 클리블랜드 전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창립자들이 크래프톤을 상대로 약 2억5천만 달러, 한화 3천447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인수 당시 약속된 성과보상금(언아웃, earn-out)의 지급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해임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크래프톤은 8월 11일 언노운월즈의 이름으로 델라웨어 형평법 법원에 전 경영진을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송 내용은 주식매매계약 위반, 이사 및 임원으로서의 의무 위반, 고용계약 위반 등이며, 크래프톤 측은 전 경영진이 게임 개발에 소홀했으며 정상적인 경영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적 부진도 이번 갈등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크래프톤은 언노운월즈의 연 매출을 2023년 850억 원, 2024년 834억 원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2023년 371억 원, 2024년 391억 원에 그쳤다. 특히 ‘문브레이커’의 흥행 실패와 ‘서브노티카 2’ 개발 지연으로 실적 하락이 두드러졌고, 영업이익도 기대치를 크게 밑돌아 2023년에는 71억 원, 올해 상반기에는 고작 3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 언노운월즈와 전 경영진 간의 소송은 게임 개발 지연과 경영권 갈등, 수익 분배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크래프톤이 추진해 온 글로벌 게임사 인수 전략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향후 법원의 판단과 이에 따른 ‘서브노티카 2’의 개발 향방이 크래프톤의 실적과 브랜드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