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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포스트 칼럼] "블록체인은 좋고, 코인은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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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좋고 코인은 나쁘다"는 이분법은 잘못됐으며, 디지털자산(코인)은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핵심이다.

토큰포스트 일러스트

A사는 퍼블릭 블록체인 메인넷을 출시했다.
B사는 디지털자산, 즉 코인을 발행했다.

이 두 문장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왠지 A사는 첨단 기술을 보유한 좋은 기업 같고, B사는 선량한 투자자들을 꾀어 한탕하려는 나쁜 기업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두 문장은 사실상 같은 의미다. 퍼블릭 블록체인 메인넷을 만들었다는 것은, 결국 그 블록체인을 운영하기 위한 디지털자산(코인)을 발행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코인은 규제하고 블록체인은 지원한다”는 구호가 이미 하나의 상식처럼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이는 필자의 주장이 아니다.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나온 공식 발언이다.

이후 한국 정부는 코인 없는 블록체인, 이른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육성한다며 매년 수백억 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땠을까. 글로벌 표준과 동떨어진 기술 개발과 서비스 구축에 매달리면서, 우리는 지난 7~8년간 블록체인 산업의 골든타임을 허무하게 흘려보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대표주자였던 IBM의 하이퍼레저(Hyperledger)조차 2021년 개발팀의 90% 이상을 정리해고하며 사실상 실패를 인정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일부 기관들은 여전히 이 실패한 실험을 뒤쫓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코인베이스가 투자한 ‘서클(Circle)‘은 USDC를 통해 이더리움, 솔라나, 아발란체 등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실시간으로 디지털 달러를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비자(Visa)가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여 전세계를 연결하는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였고, 후발 주자가 이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수십 명으로 시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이미 비자를 위협하는 글로벌 금융 인프라를 만들어 냈다.

대부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이더리움, 솔라나, 아발란체 등이 그러한 글로벌 네트워크다. 우리나라에서는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고파는 것 이외에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을 활용하는 비즈니스가 대부분 막혀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이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말이 와닿지 않을 수 있다.

2025년 4월 기준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는 하루 평균 약 120만 건의 거래가 처리되고 있으며 , 총 1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유통되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금융 거래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가스피라는 거래 수수료를 이더리움으로 지불해야 한다. 다만, 이 비용은 비자 등 기존 금융 네트워크에 지불하는 수수료의 10분의 1 미만이다. 즉, 수십 명의 개발자들이 시작한 프로젝트가 10년도 되지 않아 비자나 마스터카드보다 훨씬 효율적인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 진화한 것이다.

해외송금에 2~5일이 걸리던 스위프트(SWIFT) 시스템과 달리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의 금융 거래는 거의 실시간이다. 전 세계 수십만의 검증인(Validator)들이 이 거래를 교차검증하기에 거래가 위변조되거나 해킹당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수억 명의 사용자들이 가스피를 지불하고 이 네트워크 위에서 전 세계 어디로든 달러를 주고받는다. 보다 정확히는 서클과 같은 사업자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코인으로 가스피를 대신 지급하고, 일반 사용자는 기존보다 훨씬 저렴한 1% 미만의 수수료를 달러 혹은 원화로 부담하면서 훨씬 빠르고 저렴한 결제 및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차세대 금융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며, 디지털자산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글로벌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국산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전무하다. 2017년 ICO 전면금지 등 규제 일변도의 관련 정책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구축된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을 통해 차세대 금융산업을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도 정부의 회의적인 태도 속에 성과가 요원해 보인다.

한국 정부가 여전히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와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매달리는 모습은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와이파이 대신 와이브로를 고집하다 몇년을 허무하게 날려버린 실패, 타이젠 OS로 안드로이드를 이기려 했던 시도, CDMA와 시티폰의 씁쓸한 기억까지. 시대의 흐름을 놓쳤던 그때처럼, 우리는 또 한 번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 블록체인은 이미 글로벌 금융 인프라이고, 코인은 이 인프라가 작동하게 만드는 필수적인 인센티브다.
• “블록체인은 좋고 코인은 나쁘다”는 명제는 틀렸다. 좋은 코인도 있고, 나쁜 블록체인도 많다.
• 탈중앙화는 그 자체로 미화할 대상이 아니다.
•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는 다수의 참여자가 거래를 검증하면서 보안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코인이 단순히 자금모집 수단으로만 쓰이고, 제대로 된 네트워크 구축에 쓰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쁜 코인이다.

반면, 네트워크 개발, 검증인 참여, 디앱 개발자 유치, 생태계 구축을 위한 인센티브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한다면, 그 코인은 좋은 코인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블록체인 정책은 이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실패를 거듭해왔다.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디지털자산 투자자들을 겨냥해 다양한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디지털자산과 블록체인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한 채 제시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앞으로 몇 년간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은 블록체인 위에서 새롭게 설계될 것이다.
오픈AI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이 기존의 인터넷 서비스를 근본부터 뒤바꾸고 있듯 블록체인은 기존의 금융산업을 송두리째 뒤바꿀 것이다.

지금이라도 투자자 보호와 웹3 생태계 확장을 함께 고려한 명확한 ICO 가이드라인 제시,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허용 및 엔터, 게임 등 K-컨텐츠와 결합된 원화 스테이블코인 해외진출 방안 마련, 글로벌 웹3 금융 생태계와의 연결 로드맵 구축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더 이상 늦을 수는 없다.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용어 설명
• 퍼블릭 블록체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탈중앙화와 투명성을 특징으로 한다.
• 프라이빗 블록체인: 특정 조직이나 그룹이 접근을 제한하여 운영하는 블록체인으로, 중앙 집중형 구조를 가진다.
• 스테이블코인: 법정화폐에 연동되어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디지털 자산이다.
• 가스피(Gas Fee):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거래를 처리하거나 스마트 계약을 실행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다.
• 검증인(Validator):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거래의 유효성을 검증하고 블록을 생성하는 참여자다.
• 디앱(DApp): 탈중앙화된 애플리케이션으로, 블록체인 위에서 스마트 계약을 통해 운영된다.
• CBDC: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로, 기존의 법정화폐를 디지털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 ICO: 초기 코인 제공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코인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 스위프트(SWIFT): 전 세계 금융기관 간의 국제 송금 및 결제를 지원하는 네트워크다.
• 타이젠 OS: 삼성전자가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로, 안드로이드와 경쟁하기 위해 출시되었다.
• 와이브로(WiBro): 한국에서 개발된 무선 브로드밴드 인터넷 서비스로, 와이파이와 경쟁하였다.
• CDMA: 코드 분할 다중 접속 방식의 이동통신 기술로, 시티폰 등에서 사용되었다.
• 시티폰: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서비스된 무선호출 기반의 휴대전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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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감사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탁월한 분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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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감사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탁월한 분석이에요

가즈아리가또

2025.05.03 01:57:16

좋은기사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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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ini

2025.05.03 01:17:28

ㄱ ㅅ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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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2025.05.02 21:26:22

좋은기사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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