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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몰고온 '인지의 시대'… 인간은 어디로 이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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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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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 발전이 인간 노동의 인지 영역까지 침범하며, 인간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 전환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는 산업혁명과 디지털 혁명에 이은 세 번째 ‘인지적 이동’으로 해석된다.

AI가 몰고온 '인지의 시대'… 인간은 어디로 이주할 것인가 / TokenPost Ai

인간은 시대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이동’을 반복해왔다. 이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생각과 노동 방식의 전환이라는 의미에서의 ‘인지적 이주’로 확장돼왔다. 산업혁명 당시 농촌의 들판을 떠난 노동자들은 도시의 공장으로 이동했고, 디지털 혁신은 수공업자들을 코딩과 알고리즘의 세계로 밀어넣었다. 이제 인공지능(AI)의 비약적 발전은 또 다른 인지적 전환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세기 초 차량 산업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1890년대만 해도 미국 내 마차 제작 기업은 1만 3,000개 이상이었지만, 30년이 채 되지 않아 100개 미만으로 축소됐다. 이 대전환은 단순한 운송 수단의 변화에 머물지 않았다. 마부와 마차공의 일자리를 소멸시키고, 도시 구조를 재편했으며, 광역 이동성을 가능케 했다. 기술 발전은 사회 구조를 통째로 바꿔놓는 힘을 지녔고, 인간은 끊임없이 적응을 강요받았다.

오늘날 AI 기술은 더욱 급속하게 인간의 노동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기계는 이제 육체 노동 뿐 아니라 지적 활동 영역, 즉 분석, 판단, 창작 등 인간만의 고유 능력으로 여겨졌던 분야까지 넘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 인간의 정체성과 가치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동반한다. 메모리와 문서작업, 계산능력 같은 단순 인지적 기술이 필요 없어진 시대에, 인간은 과연 어떤 역할로 남을 수 있을까?

IBM이 지난 2015년 ‘인지 시대(Cognitive Era)’를 천명한 것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춘 선언이었다. 당시 IBM은 규칙 기반의 프로그래밍을 넘어,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시스템을 중심으로 기술비전을 전환했다. 핵심은 IBM 왓슨이었다. 당시 왓슨은 퀴즈쇼에서 인간 챔피언을 이겼다는 사실보다, 의사들이 방대한 의학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술로 더 주목받았다. IBM은 이를 ‘인간을 대체하는 AI’가 아닌 ‘인간을 보완하는 지능’으로 포장하며 ‘확장된 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이라는 화두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처럼 ‘협업’이라는 표현 뒤에는 결국 AI가 고도화되면 될수록 인간의 전통적 전문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숨어 있다. 언어, 진단, 법 해석 등 그간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졌던 인지 작업조차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AI가 인간의 파트너로 비춰지던 초기의 서사는, 결국 인지 노동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의를 요구하며 이후 기술세대의 인간상을 규정하게 된다.

이런 '인지적 이동' 현상은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진행돼왔다. 첫 번째는 산업혁명을 통해 육체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면서, 마을공들이 도시의 공장 노동자로 전환된 시기였다. 두 번째는 디지털 혁명을 통해 반복 업무를 처리하던 관리자들이 데이터 처리와 디지털 생산을 주도하는 ‘지식 노동자’로 재편된 단계였다. 이제 세 번째 전환은, 그 지식 노동조차 자동화되는 현상을 상징한다. 인공지능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인간의 문제 해결력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점점 더 빠르게 몰아치고 있다. 산업혁명이 100년에 걸쳐 노동 패턴을 변화시켰다면, 디지털 혁명은 수십 년 만에 이를 압축했고, 오늘날 AI 기술은 단 몇 년 안에 전환을 불러들이고 있다. 단적인 예로,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술은 신기술 실험에서 실무 도구로 전환되기까지 채 5년도 걸리지 않았다. 변화의 속도는 기존 사회 시스템이나 교육 체계를 압박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인간은 전례 없이 빠르게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있다.

기존의 인류사는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기 위해 ‘근육’이나 ‘두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인간이 지닌 ‘의미 해석 능력’, ‘도덕적 판단력’, ‘감정적 감수성’ 등 기계가 아직 침범하지 못하는 영역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AI 시대의 인간은, 무엇을 생산 또는 수행할 수 있는가보다, 어떤 ‘의미’를 창조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가가 가치의 척도가 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경로는 단순한 경제 재훈련이 아니라 존재론적 결정으로 치닫고 있다. 무엇을 배워야 하느냐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이야말로 ‘가장 깊은 이주’가 시작된 이유다. 고도화된 AI가 여는 미래는 기술의 고지 경쟁을 넘어,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재정의하는 최후의 전선으로 향하고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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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2 19: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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