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슈퍼 유니콘’이라 불리는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 이상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크런치베이스가 최근 내놓은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이 ‘초일류 유니콘’들은 전체 유니콘 기업 중 불과 13%에 불과함에도, 전체 기업 가치의 절반 이상인 3조 5,000억 달러(약 5,040조 원)를 차지하며 민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들어서만 17개의 신규 슈퍼 유니콘이 등장했으며, 이 가운데에는 OpenAI 전 최고기술책임자 미라 무라티(Mira Murati)가 설립한 AI 기초 모델 스타트업 ‘씽킹 머신 랩스’를 비롯해 Abridge, Glean, Colossal Biosciences, 하비(Harvey), Anysphere, Shield AI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포함됐다. 특히 씽킹 머신은 단일 시드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를 유치하며 주목을 모았다.
이러한 성장세는 팬데믹 이후 둔화됐던 벤처 투자 환경 속에서도 슈퍼 유니콘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외부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올 들어 해당 그룹에는 총 790억 달러(약 1,137조 6,000억 원)의 투자가 몰렸고, 이 가운데 40억 달러(약 5조 7,600억 원)가 소프트뱅크 주도로 OpenAI에, 14.3억 달러(약 2조 600억 원)는 메타가 참여한 Scale AI에 집중됐다. 이 두 건이 전체 자금 유치의 73%를 차지할 정도로 집중도가 높았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01개로 압도적이며, 뒤를 이어 중국(36개), 인도(19개), 영국(11개) 등이 순위를 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슈퍼 유니콘 대부분은 2011년부터 2018년 사이에 설립된 회사들로, 평균적으로 7~14년간 기업 가치를 축적해온 중·후기 단계 기업들이다. 이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기업은 2021~2022년, 즉 시장 열기가 정점이던 시기에 현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향후 리밸류에이션 시 재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올 들어 이미 34개 기업이 가장 최근의 투자 라운드에서 총 6990억 달러(약 1,007조 7,00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이 가운데 오픈AI가 3,000억 달러(약 432조 원), 앤트로픽(Anthropic)이 615억 달러(약 88조 5,000억 원), Safe Superintelligence가 320억 달러(약 46조 원)로 상위를 차지했다.
한편, 올해 들어 지금까지 다섯 개의 50억 달러 이상 가치를 가진 스타트업이 인수합병되거나 상장에 나섰다. 2024년의 같은 시점 대비했을 때 큰 차이는 없지만, Exit 시장이 여전히 둔화된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예외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크런치베이스는 향후 이들 슈퍼 유니콘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략 변화와 자금 흐름, 가치 재조정 여부가 민간 시장 전반의 지형도를 바꿀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AI, 방산 기술, 생명공학 등 특정 분야에 투자금이 몰리는 양상은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는 주요 특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