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분기 벤처 투자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글로벌 투자자 대부분이 전 분기보다 많은 딜을 성사시키며 자금을 대거 풀었다. 특히 액셀(Accel)과 제너럴 캐털리스트(General Catalyst)가 리드 투자건수 기준으로 각각 20건, 16건을 기록하며 분기 최다 활약 투자자에 이름을 올렸다. 각 건당 규모도 컸다. 액셀은 생성형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에 5억 달러(약 7,200억 원), 스페이스테크 기업 트루 애노말리에는 2억 6,000만 달러(약 3,740억 원)를 투자하는 등 1억 달러 이상 대형 라운드만 5건을 리드했다. 제너럴 캐털리스트 역시 AI 기반 생산성툴 그램머리(Grammarly)에 대해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투자하는 등 총 8건의 대형 투자를 주도했다.
투자 금액 면에서는 액셀이나 제너럴 캐털리스트가 아닌 메타(Meta)가 단독 1위를 차지했다. 메타는 AI 데이터 플랫폼 스케일AI에 대해 전략적 이해관계를 토대로 무려 143억 달러(약 20조 6,000억 원)를 집행했다. 공동 창업자인 알렉산더 왕(Alexandr Wang)은 메타의 고문직도 함께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론 머스크가 투자한 디펜스테크 기업 앤듀릴(Anduril)에 25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를 베팅한 파운더스펀드와, 20억 달러의 시드 투자를 통해 AI 연구 플랫폼 띵킹머신즈랩(Thinking Machines Lab)을 지원한 안드레센 호로위츠도 눈에 띈다. 이어 슈퍼 AI 안전개발을 표방한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에 대해 20억 달러를 투자한 그리노크스(Greenoaks)까지 거액 투자 행렬이 줄을 이었다.
벤처 투자에서 다작 행보를 보인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대표 주자는 Y콤비네이터(Y Combinator)였다. 이들은 시드 이후 단계인 포스트시드 라운드에서도 무려 45건에 참여했는데, 이는 해당 분기 전체 투자자 중 최다였다. 인사관리 플랫폼 리플링이나 로봇 기술 스타트업 게코 로보틱스를 비롯한 다양한 포트폴리오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였다. 제너럴 캐털리스트가 딜 수 기준 38건으로 그 뒤를 이었고, 액셀이 31건, 콜슬라 벤처스(Khosla Ventures)가 30건으로 상위권을 형성했다.
시드 투자 부문에선 다시 한 번 Y콤비네이터가 존재감을 과시했다. 해당 분기 중 총 50건의 시드 투자를 단행하며 전 방위 초기 스타트업 발굴 작업을 이어갔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안틀러(Antler)가 33건으로 그 뒤를 이었으나, 양적 측면에선 큰 격차를 보였다. 다만 시드 투자는 통계 집계상 변동성이 높은 영역이다. 일부 액셀러레이터는 한꺼번에 투자 내용을 공개하거나,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공개 자체를 지연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점유율 파악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총평하자면, 2025년 2분기 글로벌 벤처 시장은 다시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이딩 가능한 딜 수가 늘어났고, 바늘구멍처럼 좁았던 메가딜 환경도 점차 문을 열고 있다. 특히 전통 강자인 미국 벤처캐피털이 주도권을 확보한 가운데, 향후 IPO 시장이 본격 회복세에 접어들 경우, 프리 IPO 라운드 규모 확대와 함께 더욱 공격적인 투자 확산도 기대된다. 다만 글로벌 밸런스를 감안하면 아직은 미국 중심의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어, 유럽·아시아·남미의 본격적인 참여 확대 여부가 다음 분기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