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스타트업 시장이 올해 2분기 소폭 반등했지만, 전년 대비 투자 열기는 눈에 띄게 식었다. 특히 독일이 오랜 강자였던 영국을 제치고 유럽 벤처 투자 1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끌고 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이번 분기 유럽 스타트업들은 약 120억 달러(약 17조 2,8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지난해 2분기의 정점을 기준으로는 24%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다. 전체 투자 건수는 약 1,200건으로 지난 두 분기와 유사한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이번 분기에는 독일 소재 스타트업들이 총 28억 달러(약 4조 320억 원)를 유치해 25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에 그친 영국을 앞질렀다. 이는 2012년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영국은 기록상 201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투자금 18억 달러(약 2조 5,920억 원)로 세 번째를 차지했다.
이 분기 최대 투자 유치 기업은 독일도 영국도 아닌 튀르키예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 드림게임즈(Dream Games)로, 총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를 확보했다. 이어 독일 AI 국방 기술 기업 헬싱(Helsing)은 6억 9,400만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시리즈D 라운드를 마무리했으며, 스페인의 퀀텀 소프트웨어 기업 멀티버스컴퓨팅(Multiverse Computing)도 시리즈B에서 2억 1,800만 달러(약 3,140억 원)를 유치했다.
한편 인수합병(M&A) 시장은 유럽 전역에서 강한 모멘텀을 보였다. 총 172건의 거래를 통해 72억 달러(약 10조 3,680억 원)가 오가며,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 이상에 인수된 벤처 투자를 받은 기업 중 4곳이 유럽 출신이었다. 이에 해당하는 사례로는 네덜란드 암호화폐 거래소 데리빗(Deribit)의 코인베이스 인수, 런던 금융 플랫폼 히든로드(Hidden Road)의 리플 인수, 옥스퍼드 기반의 양자컴퓨팅 기업 옥스퍼드아이오닉스(Oxford Ionics)의 아이온큐 인수 등이 포함됐다.
스테이지별로 살펴보면,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은 57억 달러(약 8조 2,080억 원)를 유치했고, 이는 글로벌 후기 단계 VC 투자액의 10% 수준에 머물렀다. 초기 투자 단계 기업의 경우, 270여 건을 통해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를 조달했으며, 이는 북미의 3분의 1 수준이다. 유럽의 시드 단계에서는 19억 달러(약 2조 7,360억 원)가 845건에 걸쳐 투자됐고, 이 역시 전체 시드 투자 대비 19%를 차지하며 북미 대비 3분의 1에 그쳤다.
전 세계 벤처 투자 시장에서 유럽의 비중이 줄어드는 흐름은 분명했다. 2025년 상반기 유럽의 비중은 13%로, 전년 동기의 19%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같은 기간 북미는 인공지능(AI) 분야를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 유입이 이어지며 투자 총액이 1,450억 달러(약 208조 8,000억 원)로 급증했다.
글로벌 투자업계가 후속 투자보다는 초기 단계에 무게를 두면서, 유럽의 후기 투자 시장이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럽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장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후기 투자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