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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스테이블코인 대전(大戰)…한국만 준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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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스테이블코인으로 금융 패권을 다시 쓰는 중인데, 한국만 옛 기준에 머물러 미래를 놓치고 있다.

 세계는 디지털 금융 전쟁 중인데…한국은행은 오늘도 ‘휴점합니다’ / 토큰포스트 일러스트

세계는 디지털 금융 전쟁 중인데…한국은행은 오늘도 ‘휴점합니다’ / 토큰포스트 일러스트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국가 전략의 도구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미 재무장관 스콧 베상트가 “암호화폐는 달러 패권을 더욱 공고히 만드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발언은 미국이 블록체인 위에서 새로운 통화 질서를 설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세계 금융을 바라보는 시선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암호화폐 사용이 늘수록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수요는 커진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이를 담보하기 위해 미 국채를 대량 매입하고, 미국은 단기부채 발행 능력을 더 확보하게 된다. 이 구조는 과거의 브레튼우즈 체제를 디지털 형태로 복원하면서도, 민간 인프라를 접목한 새로운 모델이다.

이 변화를 상징하는 기업이 테더다. 테더는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아니다. 5억 명의 사용자, 1,35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보유, 연간 130억 달러 이익이라는 실적은 이미 국가 단위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아프리카 전력망 구축, 글로벌 비트코인 채굴, 통신 인프라(Keet), 온디바이스 AI(QVAX)까지 결합하며 신흥국 경제에 직접적인 뿌리를 내리고 있다. 테더가 스스로를 “미국의 최강 동맹”이라 표현한 것은 허풍이 아니다. 그들이 뿌리는 것은 단순한 달러 토큰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경제권이다.

이런 국제적 흐름 속에서, 한국은 어떤 길을 선택하고 있는가.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151쪽짜리 <원화 스테이블코인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답이 쉽지 않다. 이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미국의 정책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채 바이든 시절의 PWG 보고서만을 인용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시장 경쟁을 오히려 장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은 언급조차 없다.

더 문제적인 대목은 비은행, 즉 민간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참여에 대한 시각이다. 한국은행은 “비은행 기업의 단독 발행보다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 참여가 바람직하다”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엄격한 규제는 혁신 기업의 참여를 어렵게 한다”고 적었으면서도, 왜 비은행 참여가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현상으로 나타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세계 민간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뛰어들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데, 한국은행 보고서에서는 이 현실이 사실상 삭제돼 있다.

한국은행이 ‘안정성 우선·혁신은 차선’이라는 기존의 원칙을 반복하는 사이, 세계 금융 질서는 민간 인프라를 중심으로 새롭게 쓰이고 있다. 테더는 전력·통신·AI·결제망을 결합한 형태로 신흥국 전체를 디지털 달러 경제권에 편입시키려 한다. 미국 정부는 이를 굳이 막을 이유도 없다. 민간의 성공은 곧 미국 경제력의 확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국가 금융’과 ‘민간 금융’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여기에 뒤늦게 반응한다면 그 비용은 더 크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해외 결제·무역·송금·자본 이동은 자연스럽게 USDT·USDC 기반 체제로 흘러가게 된다. 원화의 국제적 존재감은 더 약해지고, 국내 기업들은 디지털 금융 시장의 가장 큰 기회를 해외 기업에 내어줄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혁신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혁신을 ‘관리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관성이 더 위험하다는 데 있다. 세계는 지금 금융 인프라의 주도권을 두고 경쟁 중이다. 디지털 달러는 이미 절반의 승기를 잡았고, 테더 같은 민간 플레이어는 국가 단위의 프로젝트처럼 움직인다. 이런 시대에 ‘은행 중심’이라는 문장 하나로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은행이 붙들고 있는 것은 안정성이 아니라 과거다. 세계는 움직이고, 패권은 디지털로 재편된다. 뒤에서 지켜보는 나라에 미래 금융의 주도권이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기다리지 않는 것은 시장만이 아니다. 패권 역시 기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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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2025.11.13 23: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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