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가 실효를 거둘 경우 이란은 약 2주 안에 원유 생산을 줄여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원유를 계속 뽑아내더라도 실어 나를 통로가 막히면 저장 공간이 빠르게 차오르고, 결국 생산 자체를 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15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위성 분석업체 카이로스는 이란의 미출하 원유 저장 탱크가 현재 51%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채워져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현재 원유 수출량은 하루 약 180만 배럴인데, 이 기준으로 계산하면 남은 저장 여력은 약 16일치 생산분에 해당한다. 다만 실제 산유국 운영에서는 저장시설이 완전히 찰 때까지 버티기보다 그 이전에 감산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저장 압력이 높아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생산을 이어가면 유전과 저장층에 부담을 줄 수 있어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의 리처드 브론즈 지정학 책임자도 이란이 수출 중단 이후 10~15일 정도는 생산을 유지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감산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걸프 지역 산유국들은 과거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이 생겼을 때도 저장시설이 한계에 이르기 전에 먼저 생산량을 줄였다. 원유 산업에서는 유전을 갑자기 완전히 멈추는 것보다 미리 생산을 조절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설비와 지층을 보호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다.
이번 사안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란이 최근까지 전쟁 국면에서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을 이어 왔고, 지난달에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일시적으로 완화되면서 높은 국제 유가를 배경으로 판매 수입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분석가들은 전쟁 기간 이란의 원유 판매 수입이 전쟁 이전보다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미아드 말레키는 해상 봉쇄가 현실화되면 이란이 하루 약 4억3천500만달러, 우리 돈 약 6천400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의 제재 완화 조치는 19일 만료될 예정이다.
다만 봉쇄 효과가 즉각적으로 전면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브론즈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밖에 최대 1억5천만 배럴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을 확보하고 있어 몇 주 동안은 수출을 이어갈 수 있다고 봤다. 이는 해협 안쪽 항만 출항이 막히더라도 이미 바다에 나가 있는 선박이 일종의 완충 장치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미 동부시간 13일 오전 10시부터 이란 항구를 출발지나 목적지로 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이른바 역봉쇄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란과 무관한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허용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제 유가의 변동성을 키우고, 중동산 원유 공급 차질 우려를 다시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게 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