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중동 긴장 고조… 뉴욕증시 하락세 전환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 뉴욕증시 주요 지수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시장은 미국이 무력 충돌에 더 깊이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전일 대비 0.8%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7% 내렸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9% 떨어졌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고, 이로 인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며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투자자들이 리스크 자산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 속에 특히 재생에너지 섹터가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 상원이 제출한 예산안 초안에서 친환경 에너지 세액공제 폐지가 명시되며 관련 기업 주가가 줄줄이 급락했다. 솔라 인버터 제조사 엔페이즈 에너지(ENPH)는 하루 만에 24% 폭락해 S&P 500 내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퍼스트 솔라(FSLR)는 18% 하락했고, 풍력과 태양광 중심의 전력업체 AES(AES)는 8.1% 떨어졌다.

항공주는 고유가와 수요 둔화 우려에 동반 하락했다. 제트블루(JBLU)는 일부 노선 폐지를 포함한 비용 절감 방침을 내놓으며 7.9% 급락했고, 유나이티드 항공(UAL)은 6.2%, 델타(DAL)는 4.3% 각각 내렸다. 항공유 가격 상승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게 만든 것이다.

통신 부문에서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보유 지분 일부를 할인 매각했다는 소식에 T모바일 US(TMUS)가 4.1% 밀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이번 매각으로 약 48억 달러(약 6조 9,000억 원)를 확보했으며, 이 자금을 인공지능 투자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공지능 수요가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 일부 종목은 시장을 웃돌았다. 회로 기판 제조사 제이빌(JBL)은 전분기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고 연간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하면서 8.9% 급등, S&P 500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AI 인프라 부문이 주요 성장축임을 강조했다.

한편,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WD)는 아마존웹서비스(AWS) 고객을 위한 신규 보안 대응 서비스를 출시한 영향으로 2.6% 상승했다. AWS와의 협력을 통해 자사 인공지능 기반 보안 플랫폼인 '팔콘'의 적용 범위를 확장한 움직임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에너지 종목 역시 중동 긴장 고조로 반사이익을 얻었다. 원유 선물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세계 최대 독립 정유사인 발레로 에너지(VLO)는 2.9% 올라 강세를 보였다.

이번 주 시장의 변동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 발언뿐 아니라 상원의 예산 결정, 원유 시장의 불안정성, 그리고 AI 관련 종목 강세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형성됐다. 중동에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주식시장은 민감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