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말, 가상자산 열풍과 함께 고팍스(GOPAX) 거래소는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희망의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2022년 말 계열사 고파이(GOFi) 중단 사태로 수천 명이 피해를 입었고, 3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자산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투자 실패를 겪은 것이 아니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가 산업회복기금으로 고팍스를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단 하나의 조건인 FIU(금융정보분석원)의 임원 변경 수리만 완료되면 피해 구제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행정기관은 2년 넘게 "심사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하며 손 놓고 있었다. 그 사이 피해자들은 회복의 기회를 잃었고, 고팍스는 정상화 기회를 놓친 채 고사 위기에 몰렸다.
드디어 보인 변화의 신호
2025년 5월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민규의원실 및 코디아포럼과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함께 준비한 <고팍스 피해자 구제방안 세미나>는 전환점이었다. 사효리 회장을 중심으로 한 피해자 모임이 3천 명의 절박한 목소리를 하나로 모았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발 벗고 나섰다. 5월 16일 피해자들과 긴급 회동을 가졌고, 5월 30일에는 FIU 관계자와 직접 만나 고팍스 임원 변경 신고 수리에 대해 확인했다. 3년간 정체되어 있던 사안에 드디어 정치권의 본격적 개입이 시작된 것이다.
FIU는 도대체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가?
금융정보분석원이 2년 넘게 고팍스 임원 변경 신고를 수리하지 않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자금세탁 우려"를 들먹이며 바이낸스 참여를 꺼리지만, 정작 고팍스는 가상자산 사업자 제도이행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업체다.
고팍스 측은 미국 등에서 범죄경력 조회까지 받아 공증하여 제출했지만, FIU는 여전히 "심사 중"이라며 사실상 불수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신고제인데 실제로는 허가제로 운영하는 셈이다. 이는 법 위에 군림하는 관료주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피해자들의 인내심도 한계가 있다
피해자들은 더 이상 "심사 중"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에 속을 수 없다. 3년은 충분히 참은 시간이고,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는 이미 국제적으로 공표된 사안이다.
이제는 이재명 정부가 결단할 때다. FIU가 바이낸스 이사 선임을 승인하고, 산업회복기금을 통해 투자자들이 예치한 코인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가상자산 정책의 일관성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피해자 구제는 시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다. 금융당국의 지연과 방치로 빚어진 행정 책임을 바로잡는 일이다. 새 정부는 더 이상 "심사 중"이라는 변명으로 국민을 우롱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들은 자녀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또 하루를 견디고 있다. 고팍스 피해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무책임한 제도가 낳은 참사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더 늦기 전에 결단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고팍스 피해자 구제를 국정과제로 우선 채택하고, FIU의 고팍스 임원 승인 지연 문제를 직접 챙겨야 한다. 이는 단지 한 거래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가상자산 정책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