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를 앞두고 정리매매에 들어간 이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예상을 뒤엎고 극심한 급등세를 보이면서, 그 배경과 투자자 위험에 대한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다. 가격 제한이 없는 정리매매 제도가 투기성 거래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그룹(구 이화그룹) 계열 상장사인 이화전기, 이트론, 이아이디는 2023년 5월 회사 경영진에 대한 횡령·배임 구속영장 청구 등으로 거래정지된 뒤 상장폐지 절차를 밟아왔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한국거래소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법원의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모두 기각되면서 결국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이화전기와 이트론은 9월 1일부터 9일까지, 이아이디는 2일부터 10일까지 정리매매 절차에 들어갔으며, 세 종목 모두 9월 중순 상장폐지된다. 정리매매는 상장폐지가 결정된 종목에 대해 투자자에게 마지막 매도 기회를 주는 제도로, 이 기간 동안에는 가격제한폭이 없어 주가가 급변동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투기 목적으로 단기 급등이나 급락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는 경우가 잦다.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정리매매 첫날 큰 폭으로 하락했던 종목들은 최근 들어 급등세를 보였다. 이화전기는 182.61% 상승하며 260원에 마감했으며, 이아이디도 110% 급등했고, 이트론은 45.45% 올랐다. 정리매매 초기에는 낙폭이 컸지만,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반등을 기대하고 투기성 매수에 나서면서 가격 반등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가격 급등은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나 경영개선이 반영되어 나타난 현상은 아니며, 상장폐지가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매도·매수 차익을 노리는 단기 매매의 결과라는 점에서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정리매매 기간 중에는 호가 단위도 과거와 달라지는 등 거래 조건이 다르고, 상장폐지 후에는 주식이 장외로 넘어가 거래 유동성이 급격히 낮아지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가 거의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 같은 정리매매 중 주가 급등 사례는 최근 몇 년간 반복되고 있으며, 제도 개선 논의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정한 가격 제한을 도입하거나, 정보 공시를 강화해 투기적 거래를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정리매매에 참여한 투자자의 책임이 강조되지만, 공정한 시장 운영을 위해 제도적 장치 마련이 더해질 필요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정리매매 제도의 개편과 투자자 보호정책 강화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