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재개 기대를 발판으로 6,000선 안착을 다시 시도하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퍼지면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살아났고, 환율과 유가까지 안정되는 흐름이 더해져 국내 증시의 상승 동력이 커진 모습이다.
1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9.13포인트(2.74%) 오른 5,967.75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6,026.52까지 올라 지난달 3일 이후 처음으로 6,000선을 회복했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종가 기준으로는 6,000선을 지키지 못했다. 코스닥지수도 22.04포인트(2.00%) 상승한 1,121.88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8.1원 내린 1,481.2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내렸다는 것은 외국인 자금 유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번 반등의 핵심 재료는 미국과 이란이 다시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합의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슬라마바드에서 이틀 안에 2차 종전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시장에 퍼졌다. 전쟁이 길어지면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국제 유가가 오르고, 이는 곧 물가와 금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협상 기대가 살아나자 국제 유가는 오히려 하락세로 돌아섰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9% 급락한 배럴당 91.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에너지 가격 부담이 완화되면 기업 비용과 물가 상승 압력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 물가 지표도 투자심리 회복에 힘을 보탰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5% 올라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1%를 크게 밑돌았다. 생산자물가는 기업이 출고 단계에서 받는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향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중동 전쟁 여파로 물가가 더 크게 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수치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뉴욕 증시는 안도 랠리를 보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66%,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는 1.18%, 나스닥종합지수는 1.96% 상승했고, 기술주 흐름을 보여주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2.04% 오르며 10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내 반도체 대형주로 곧바로 이어졌다. 외국인과 기관은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8,280억원, 1조2,540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매수세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같은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2.74%, 에스케이하이닉스는 6.06% 올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ETF)도 3.86% 급등해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기대를 반영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말 종가 6,244.13 수준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협상 테이블이 다시 차려지더라도 미국은 이란의 핵 포기를, 이란은 핵 프로그램 유지를 각각 핵심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실제 합의까지는 난항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만큼 코스피의 6,000선 안착 여부는 앞으로 나올 종전 협상 관련 뉴스와 유가, 환율 흐름에 따라 다시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