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의 지난해 현금배당이 큰 폭으로 늘면서 국내 증시에서 주주환원 흐름이 한층 뚜렷해졌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상장사 799곳 가운데 566곳이 결산 현금배당을 실시했고, 이들이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 총액은 35조1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30조3천억원보다 15.5% 늘어난 수준으로, 1년 새 4조7천억원이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전체 상장사 중 71%가 배당에 나섰고, 이들 가운데 약 81%는 5년 이상 배당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단발성 환원보다 꾸준한 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배당의 실질 매력도를 보여주는 시가배당률은 보통주 2.63%, 우선주 3.06%로 조사됐다. 시가배당률은 현재 주가 대비 배당금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최근 주가 상승 영향으로 전년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국고채 수익률 2.43%보다는 여전히 높았다. 최근 5년 평균으로 보면 금융 업종이 3.70%로 가장 높았고, 전기·가스 3.67%, 건설 3.36%가 뒤를 이었다. 또 배당성향은 39.83%로 전년 34.74%보다 5.09%포인트 상승해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배당성향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중 얼마를 배당으로 돌렸는지를 뜻하는데, 이 수치가 높아졌다는 것은 기업들이 이익의 더 큰 몫을 주주에게 환원했다는 의미다.
정부와 거래소가 추진해온 밸류업 정책도 배당 확대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314곳 가운데 304곳, 비율로는 96.8%가 배당을 실시했다. 이들 기업의 배당금은 30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전체 현금배당의 87.7%를 차지했다. 고배당 공시에 참여한 255개사의 배당금도 22조7천억원으로 전체의 64.9%에 달했다. 거래소는 상장사들이 현금배당을 늘리고 안정적인 배당 정책을 유지하면서 주주환원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밸류업 공시 기업들이 더 적극적인 환원 정책을 내놓으면서 기업가치 제고와 증시 활성화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배당 확대 흐름은 더 뚜렷했다.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666곳이 총 3조1천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해, 배당 기업 수는 2024년 612곳보다 8.8%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배당금 규모도 전년 2조3천130억원보다 34.8% 증가해 처음으로 3조원대에 올라섰다. 5년 연속 결산배당을 실시한 법인은 432곳으로 역시 최대 규모였고, 평균 배당성향은 37.4%, 평균 시가배당률은 2.637%로 모두 최근 5년 내 최고치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평균 시가배당률이 오르고 국고채 수익률은 떨어지면서, 코스닥 평균 시가배당률이 2021년 이후 4년 만에 국고채 수익률을 웃돌았다.
주가 흐름과 배당의 관계에서도 의미 있는 신호가 확인됐다. 지난해 배당을 실시한 코스닥 기업의 평균 주가 수익률은 26.2%로 코스닥지수 연간 등락률 36.5%에는 못 미쳤다. 다만 5년 연속 배당한 기업만 따로 보면 최근 5년간 주가 상승률이 18.5%로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등락률인 -4.4%를 크게 앞섰다. 거래소가 장기 배당 실시 법인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우수하다고 분석한 배경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상장사의 배당 지속 여부와 밸류업 공시 참여가 투자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배당을 꾸준히 늘리는 기업일수록 시장 신뢰를 얻고, 국내 증시 전반의 체질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