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내 증시는 미국과 이란의 추가 협상 불확실성과 전날 급등에 따른 부담이 겹치면서, 사상 최고치 경신 직후 숨고르기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전날 코스피는 169.38포인트(2.72%) 오른 6,388.47로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지난 2월 26일의 종가 고점 6,307.27을 넘어섰고,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7일의 장중 고점 6,347.41도 함께 돌파했다. 시장을 끌어올린 주체는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1천516억원, 기관은 9천181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1조9천20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최근 지수 급등 구간에서 개인이 수익을 확정하고, 외국인과 기관이 대형주 중심으로 매수 강도를 높인 흐름이 확인된 셈이다.
상승세의 중심에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있었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실적 개선 기대를 바탕으로 4.97% 오르며 장중 120만원선을 넘어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고, 삼성전자도 2.10% 상승했다. 이차전지주도 강했다. 삼성에스디아이는 메르세데스-벤츠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소식에 19.89% 급등했고, 엘지에너지솔루션은 11.42%, 포스코홀딩스는 8.22% 올랐다. 결국 반도체와 이차전지처럼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수출·성장 업종이 지수를 동시에 밀어 올리면서 최고치 경신으로 이어졌다.
다만 밤사이 미국 증시는 분위기가 달랐다. 미국과 이란의 2차 협상 재개가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5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3%, 나스닥지수는 0.59% 각각 하락했다. 미국 언론은 제이디 밴스 부통령의 파키스탄행이 지연됐다고 전했고, 이란이 2차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했다는 소식도 나오면서 종전 기대가 약해졌다. 여기에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자가 상원 청문회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통화정책 틀의 변화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시장은 이를 매파적 신호로 받아들였다.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 주식시장에는 대체로 부담이 된다.
장 마감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협상안을 내고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란 국영방송은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전쟁 관련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국내 투자심리를 반영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는 미국 정규장에서 2.17% 내렸지만 시간외 거래에서는 1.78% 오르며 변동성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전날 강한 상승 이후 단기 피로가 커진 만큼 이날은 차익 실현 물량을 소화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에도 지정학적 변수와 미국 통화정책 신호가 완화되지 않는 한, 최고치 경신 뒤에도 증시가 한동안 큰 폭의 단기 등락을 반복하는 형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