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26년 5월 6일 종가 7,384.56에 올라서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한때 장중 7,400선도 넘어서면서 국내 증시가 불과 1년 사이 전혀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2025년 봄만 해도 한국 증시는 정치 불확실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충격이 겹치며 2,300선마저 위협받았지만, 이후 외국인 수급 회복과 정책 기대, 반도체 중심의 실적 개선이 맞물리면서 급격한 반등 흐름을 이어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47.57포인트(6.45%) 오른 7,384.56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7,093.01로 출발한 뒤 상승폭을 계속 키웠고, 장중 처음으로 7,000선을 넘어선 데 이어 한때 7,400선까지 돌파했다. 시장 분위기가 바뀐 출발점은 2025년 4월 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의 정치 리스크와 미국발 통상 압박을 이유로 장기간 순매도했지만, 이후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약달러 환경 속에 글로벌 유동성이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매수세가 되살아났다. 여기에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확대 기대가 더해지면서 지수는 2025년 6월 20일 3,021.84로 3,000선을 회복했고, 같은 해 10월 27일에는 4,042.83으로 4,000선도 넘어섰다.
증시 상승이 단순한 기대감에만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이번 랠리의 특징으로 꼽힌다. 정부는 상법 개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 배당소득 분리과세 논의 등 이른바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그동안 한국 증시의 고질적 약점으로 지적돼온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기업이 제값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상) 해소에 힘을 실었다. 특히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강화와 대주주 견제 장치 확대 같은 제도 변화는 개인 투자자에게 “시장 규칙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 한때 ‘국내 증시는 피하는 것이 낫다’는 회의론이 강했던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었고, 올해 1월 27일 코스피 종가가 처음으로 5,000선을 넘은 데 이어 2월 25일에는 6,000선마저 돌파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 기준으로 지난달 말 주식거래활동계좌 수가 1억509만개로 지난해 말보다 6.9% 늘어난 것도 이런 개인 투자 열기를 보여준다.
상승장의 중심에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인프라 관련 업종이 있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경쟁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면서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졌고,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같은 대표 반도체주의 실적 기대도 빠르게 높아졌다. 실제로 두 회사는 최근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55%, 405.5% 증가했다고 발표해 시장 기대를 뒷받침했다. 무역분쟁과 전쟁으로 세계 경제 전반의 전망은 불안정해졌지만, 오히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실적 개선 경로가 비교적 또렷한 업종으로 자금이 몰린 셈이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도 이 흐름을 반영해 2026년 4월 27일 처음으로 6,000조원을 넘어섰고, 현재는 6,733조원까지 불어나며 7,000조원 진입을 바라보는 수준이 됐다.
물론 시장 안팎에서는 과열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올해 3월에는 이란 전쟁 여파로 코스피가 한때 전월 말 대비 19.2%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고, 미국 기술주를 둘러싼 인공지능 거품 논란도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현재 주가 수준만 보고 곧바로 심각한 고평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2025년 4월 9일 12.02배였던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2026년 5월 4일 26.41배로 높아졌지만, 같은 시점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편입 종목의 PER 26.04배와 비교하면 아주 이례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80배에서 2.12배로 올랐지만, 미국 시장의 5.44배와 비교하면 여전히 보수적인 구간으로 볼 여지가 있다. 결국 지금의 코스피는 기대만으로 오른 장세라기보다 정책 변화, 실적 개선, 수급 회복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반도체 업황과 글로벌 유동성, 그리고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의지가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따라 추가 상승과 변동성 확대가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